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검찰 지휘부를 대거 물갈이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한 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용퇴를 요구했으나 개겼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박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5월 박 전 장관과 검찰 인사 관련 텔레그램 메시지를 수차례 주고받았다. 김 여사는 같은 달 13일 박 전 장관에게 ‘이 전 총장 사표 고심… 내일 일정 모두 취소’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전송했다. 이 전 총장이 김 여사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뒤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검사장과 1~4차장검사, 대검 참모진 등 검찰 지휘부가 대거 교체된 날이었다.
이틀 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각각 박 전 장관에게 “용산이 4월 말이나 5월 초에 (검찰)총장의 업무실적, 능력, 자기 정치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용퇴를 요구했으나 총장이 거부하고 개기기로 했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은 같은 달 30일에 박 전 장관에게 “장관님 인사 실력이 워낙 훌륭하셔서 말끔하게 잘 된 것 같다.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 김 여사의 요구로 법무부가 부당한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고 의심한다. 교체된 수사팀은 김 여사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도 “문(재인)정권의 도이치모터스 검찰 수사 자체가 공소시효가 다 된 10년 전 일에 대한 무한 별건의 별건 수사”라며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으로 계속 이용해 먹겠다는 것”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특검은 같은 날에 두 사람의 텔레그램 통화에서 김 여사 수사 무마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봤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 연루 사건으로 심각한 정치적 위기 상황을 겪자 김 여사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보유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해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세력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