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는 진보·보수 정부 가리지 않고 정치인 접촉면을 늘려왔다. 다만 정권이 바뀌면 집권여당과의 교류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 시절엔 여권 인사 40여명과 접촉하다가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전 정권 인사와의 접촉을 줄이고(20여명), 현 정권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는(40여명) 식이었다.
11일 국민일보가 2017~2025년 통일교 주최 각종 행사 관련 언론보도를 집계한 결과 문재인정부 당시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축사·축전을 보낸 더불어민주당 인사는 4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현직 의원은 35명이었고, 8명은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2018년 경기지사 시절 통일교가 주최한 ‘2018 신통일한국희망전진대회’에 축전을 보냈다. 같은 기간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축전을 보낸 국민의힘 인사는 34명이었다.
윤석열정부 들어선 반전되는 흐름을 보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부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축사·축전을 보낸 국민의힘 인사는 4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현직 의원은 41명이었고, 1명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사·축전을 보낸 민주당 인사는 25명으로 줄어들었다. 계엄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에선 11명, 국민의힘에선 8명이 통일교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축전을 보냈다.
통일교는 통일과 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앞세워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참석 요청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근 통일교부정부패추방감시위원회 위원장은 통화에서 “통일교 관련 행사의 대부분은 통일교 이름보다는 UPF(천주평화연합) 등을 앞세워 진행된다”고 말했다. 통일교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했던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통일교 행사라고 생각하고 간 게 아니라 일반적 행사라고 생각했다. 여야 의원들도 꽤 많이 참석했고, 실제 내용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이 통일교 내부 입지 다지기나 자기 과시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2023년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부의장에 임명된 ‘통일교 3인자’ 이모 통일교 천무원 행정정책실장이 대표적이다. 이씨는 부의장 임명, 이 대통령과 찍은 사진 등을 내세워 “민주당과 관계가 있다”고 과시하며 내부 입지를 다지는 데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김판 한웅희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