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재수·임종성·김규환… 윤영호 “금품 제공” 지목

입력 2025-12-11 19:00 수정 2025-12-12 00:04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을 만나 자신을 둘러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전 장관은 곧 사의를 표명했으며 대통령실은 오후 그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현직 장관이 물러난 건 처음이다. 뉴시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금품을 제공했다고 지목한 인물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우선 수사 대상에 올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전 장관은 11일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현직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건 처음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수감 중인 윤 전 본부장을 약 3시간 동안 조사하고, 윤 전 본부장의 특검 수사 및 법정 진술을 재확인했다. 특검이 전날 넘긴 전 장관,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에 대한 사건 기록에는 뇌물 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친이재명)계와 통일교 연결고리로 의심받는 임 전 의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통일교 측과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 추모식 때 “2006년 도의원에서 낙선된 후 후쿠오카 일본 지도자 교육 때 총재님을 처음 알게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일보가 2017~2025년 통일교가 주최한 각종 행사 관련 언론 보도를 확인한 결과 임 전 의원은 거의 매년 통일교 행사에 참여해 왔다.

또 다른 경찰 우선수사 대상에 오른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 시절에만 최소 6차례 통일교 주최 행사에 참여했다. 김 전 의원도 2018~2019년 모두 4차례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

윤 전 본부장이 접촉했다고 진술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9년간 7차례 통일교 행사에 참여했다. 다만 정 장관이 참여한 행사는 대체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통일교 측의 정치권 인사 접촉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통일교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축사·축전을 보낸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과 기초·광역단체장은 최소 65명에 달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기간 최소 70명(전·현직 의원 67명)의 정치인이 통일교와 직간접 접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야 정치인 130여명을 자체 행사에 불러낸 셈이다.

통일교가 집권여당과의 접촉을 확대하려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문재인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 시절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거나 축전을 보낸 민주당 인사는 40여명이었다. 반면 윤석열정부 들어 비상계엄(2024년 12월 3일) 이전까지 통일교와 접촉한 민주당 인사는 20여명이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 인사는 40여명으로 배에 달한다. 윤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2017~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고 진술했었다.

전 장관은 이날 미국 출장 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자리에서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면서도 “장관직은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게 공직자로서 할 처신”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이형민 정우진 한웅희 조민아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