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포기 사태 당시 집단성명을 주도했던 검사장 3명이 한직으로 좌천됐다. 검찰 수뇌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사실상 강등됐다.
법무부는 11일 대검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대검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15일자로 단행했다. 박혁수 대구지검장과 김창진 부산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은 모두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포기 결정과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에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검사장들이다. 정 연구위원도 대전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검사장급 보직에서 고검 검사급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된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항소포기 사태 때 검찰 내부망(이프로스) 등에서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법무부는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연구위원을 지목하며 “업무 수행 등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창진·박현철 검사장은 이 같은 인사가 나온 직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검사장은 이프로스에 남긴 사직 인사 글에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사건 수사에 관여하게 되면서 양쪽 진영으로부터 번갈아 정치검사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권력자는 한결같이 검찰을 본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자신과 측근을 지키는 데 권력을 남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 검사장은 “이 불민한 검사장이 마지막 소임마저 다 마치지 못한 채 형사사법 체계 붕괴의 격랑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검찰 가족들께 무거운 짐만 남기고 떠나게 됐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강등된 검사장들에게는 나가라는 얘기이고, 남은 검사들에게는 ‘찍소리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사장들이 항소포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한 것이지 항명을 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검사장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일선 검사들까지 길들이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석이 된 지검장 자리에는 대부분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항소포기 검사장 성명을 주도했던 박재억 전 검사장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수원지검장 자리에는 김봉현 광주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소유지 및 관련 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된다. 대구지검장에는 정지영 현 고양지청장, 부산지검장에는 김남순 현 부산고검 울산지부 검사, 광주지검장에는 현재 내란 특검팀에 파견 중인 김종우 부천지청장이 각각 임명됐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