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율주행 벤치마킹?… 현대차, 테슬라 특허 분석 의뢰

입력 2025-12-12 00:27 수정 2025-12-12 00:27

현대차가 세계 1위 자율주행 자동차 기업인 테슬라 기술력에 대한 정밀 분석에 나섰다는 정황이 나왔다. 자율주행 업체 ‘포티투닷’을 인수하며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완전자율주행(FSD) 기술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 테슬라를 ‘벤치마킹’ 내지 ‘밀착 감시’하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로부터 테슬라가 보유한 자율주행·전기차 등 기술 특허에 대한 다수의 분석 결과를 받았다. 현대차가 경쟁사 제품 분석을 위해 의뢰했던 건들이다.


현대차가 테슬라에 특허 분석 결과를 수령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테슬라가 국내에 자율주행 모델을 선보인 때와 멀지 않다. 테슬라는 지난달 23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감독형 FSD’를 국내에 출시했다. 운전자가 전방주시를 게을리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감독을 한다는 전제하에 자동차가 완전히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비록 미국에서 생산된 일부 모델에 한정되지만,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알렸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이에 비해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기로에 서 있다. 2022년부터 약 3년간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이끌어온 송창현 전 사장이 최근 사임하며 내부적으로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현대차는 송 전 사장이 설립한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독자적인 자율주행 규격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2022년 이후 2조원을 투자하며 기술 전환을 추진했지만, 테슬라가 사실상 도달한 레벨3 자율주행 수준은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력 선두인 테슬라에 대한 연구 강화가 현 상황의 돌파구가 될 것인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송 전 사장의 사임과 테슬라의 FSD 국내 출시로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지난 6일 포티투닷을 통해 자율주행 담당 인공지능(AI) 시스템 ‘아트리아 AI’의 실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업계는 이 기술이 지난 3월 현대차그룹 개발자 콘퍼런스 ‘플레오스 25’ 당시 공개된 수준보다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때를 대비해 경쟁사의 특허 분석 의뢰를 맡기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라면서도 “목적이 평상시처럼 영업·법률 차원인지, 아니면 연구·개발(R&D) 보완과 강화 차원인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장 및 기술에 대한 특허 분석을 진행한다”며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