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등 금융시장 유동성은 결국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안전자산’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가계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청년들도 ‘목돈은 부동산에 묻어야 한다’는 공식을 따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택 구입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6~9월 ‘주식·채권 매각대금’으로 부동산 매입자금을 충당한 규모는 총 1조7167억원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1조4368억원)보다 2800억원 늘었다. 2023년 같은 기간(7240억원)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6·27 부동산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묶인 상황에서 비교적 현금화가 쉬운 주식 등을 팔아 주택 매입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실상 첫 집을 사는 30대 매수인의 경우도 전체 주택 매입가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82%(올해 1~9월 기준)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기간(2.25%)보다 0.57% 포인트 오른 규모다.
금융시장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흐르면서 ‘거래절벽 속 신고가’도 잇따른다. 부동산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된 지난 10월 19일 전후 20일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평균 매매가는 2.2% 올랐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금지 등 강력한 규제에도 신고가만 288건 발생했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신규 규제지역에서도 신고가 66건이 발생했고 이 중 61%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서 등장했다.
정부의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강화도 이런 흐름을 방증한다. 정부는 최근 서울 주택 구입자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할 때 코인 매각대금 및 사업자대출 등을 적도록 하는 ‘거래신고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차관회의에서 의결했다. 기존 예금과 주식·채권 매각, 증여·상속 등을 넘어 가상자산 수익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벗어난 사업자대출 등으로 부동산을 사는 사례까지 들여다본다는 취지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