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청년들에게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정체된 임금 속에서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고 노후를 준비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국민일보가 만난 20, 30대 청년 11명은 월급만으로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 노후 자금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에는 투자를 통해 ‘한 방’을 노린 이들이 많았다면, 현재는 ‘생계형 투자’가 대부분이라는 반응이었다.
“돈을 ‘모으기만’ 해서는 어렵다”
충남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진예솔(33)씨는 월 생활비 200만원을 제외하고 남편과 본인의 소득 중 40%를 투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금 60%, 주식 40% 비율이지만 점차 예금에서 미국 우량주 중심의 투자로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진씨는 현재 보유 중인 실거주 목적의 부동산 외에 수도권에 투자용 부동산을 마련하는 것, 45세 이전에 퇴직하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투자를 통해 원하는 것은 결국 시간과 경제적인 자유, 한마디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생산직에 종사하는 박현우(27)씨도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고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투자를 시작한 그는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해 최대 300% 수익을 본 경험이 있다. 박씨는 “수익률을 두 눈으로 보니까 월급 외 소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직장인 소진수(가명·26)씨도 적금 등 저축성 상품에 소득 대부분을 투자했다가 최근 낮은 이자 문제로 주식으로 돈을 옮겼다. 소씨는 내 집 마련이 목표다. 투자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현재는 코인에도 소액을 넣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2023년 20대(20~29세)의 월 중위소득(소득 분포의 한가운데 값)은 252만원, 30대(30~39세)는 338만원이다. 20~24세의 중위소득은 207만원이었고 25~29세는 275만원으로 집계됐다. 30~34세는 323만원, 35~39세는 362만원이었다.
취재에 응한 청년 투자자 11명 중 30대 4명(월평균 490만원)은 또래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 25~29세에 속하는 5명도 월평균 440만원으로 소득이 높은 편이다. 20~24세 청년 3명은 월평균 소득이 166만원으로 해당 연령대 평균인 196만원보다 적었다.
“자산 증식 그 자체가 목적”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한지수(가명·34)씨는 매달 20만원씩 넣고 있던 청약통장을 깰지 고민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했던 그는 최근 들어 ‘집을 사지 말고 주식으로 노후를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씨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고, 현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한다며 대출을 틀어막고 있어 목표가 달라졌다”며 “대출금을 갚고 이자를 낼 생각을 하면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스피가 1700이던 2020년 ‘동학개미’로 투자를 시작한 한씨는 약 6년이 지난 현재 원금과 수익을 포함한 총자산이 2억원이다.
서울에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나슬(가명·30)씨는 올해부터 월급의 절반을 주식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김씨는 “80만원짜리 월세에 살았는데 몇 달 전 월세가 그 절반인 청년주택에 당첨돼 여유를 갖게 됐다”며 “거주 기간도 최소 10년이 보장돼 마음 편하게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은퇴 후 소득도 ‘배당’으로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투자는 필수 선택지가 됐다. 경기도 안산에서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원성연(20)씨는 궁극적으로 ‘월 배당소득 300만원 이상’을 목표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월 200만원가량을 월급으로 받는 그는 생활비 50만원을 제외하고 미국 주식 70%, 한국 주식 20%, 금 관련 펀드 10% 비율로 매달 총 150만원씩을 투자하고 있다.
대학 휴학생인 이성준(가명·22)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달에 벌어들이는 150만원 중 40만원을 청년도약계좌에 먼저 넣는다. 나머지는 주식과 코인 투자에 쓰고 있다. 그는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과 이로 인한 노후 보장 약화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씨는 “월급은 단지 생활비와 시드머니(투자 자금)일 뿐”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조민찬(가명·27)씨도 생활비를 제외하고 아르바이트로 버는 소득의 절반을 주식 8대 코인 2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자산을 적극적으로 굴린다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회계사 김동진(36)씨는 수입이 좋은 편이지만 향후 직업이 AI에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씨는 “앞으로는 내가 가진 자산을 굴려서 나오는 돈으로 생존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동산 매수도 그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월세를 내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나 매달 나가는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예·적금은 머릿속에 없어
청년들은 자산 구성에 안전자산이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도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예·적금은 손해라고 보는 분위기가 짙다.
세종대 재학생 박예은(22)씨는 지난해 11월부터 20만원씩 월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는 공부 목적이 가장 크지만 취업을 하고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안전자산 비중도 높일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예·적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예·적금은 수익성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대학생이자 창업가인 김태원(26)씨도 “혜택이 큰 청년 적금은 가능한 한 가입하겠지만 그런 상품이 아니라면 앞으로 적금은 들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장은현 김혜지 김윤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