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차이 몰라도… ‘곱버스’는 아는 2030

입력 2025-12-11 19:04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모(28)씨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상승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OXL’과 하락에 베팅하는 ‘SOXS’에 투자 중이다. 두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에게 예금과 적금 상품에 대해 묻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다는 것은 알지만 둘의 차이는 모른다. 금리가 낮아 앞으로도 가입할 생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처럼 저축에는 관심이 없지만 투자는 적극적으로 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국민일보가 11일 국내 대형 증권사 4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증권사에서 올해 새롭게 주식 계좌를 만든 192만5735명 중 20대 비중이 25.84%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30대까지 고려하면 올해 신규 고객의 절반이 넘는다.

예·적금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10월 발간한 ‘2026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 자산 중 저축의 비중은 2023년 45.4%에서 올해 42.7%로 하락했다. 내년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되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를 출시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레버리지나 2배 인버스(곱버스) ETF 등 고위험 상품에 거리낌 없이 투자하는 것도 2030세대의 특징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성 세대와 청년층의 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청년층은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며 “노동시장에서도 취업난과 소득 불안을 겪고 있어 투자를 통해 소득을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는 특히 지난 10월 집중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10월은 주간 단위로 매주 코스피가 상승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공격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방향은 옳다”면서도 “투자 동기가 ‘포모’(소외에 대한 두려움)에 의한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