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보여준 원팀 정신이 팀 컬러로 자리 잡고 선발진이 안정된다면 5위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부임 첫 해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이 내년 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난 9일 만난 이 감독은 “코치진과 선수들이 마무리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며 “선수들이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와 캠프를 거치며 ‘승리하는 법’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KBO리그 통산 337홈런을 쏘아 올린 거포였던 이 감독은 2013년 NC에 합류했다가 2017년 은퇴했다. 올 시즌 사령탑으로 팀에 복귀한 그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시즌 초 홈구장 관중 사망 사고로 두 달 가까이 원정 일정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연고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구창모가 군 복무 이후에도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팀은 9월 중순까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시즌 막판 9연승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감독은 다음 시즌 성적의 열쇠로 ‘선발 야구’를 꼽았다. NC는 이번 시즌 외인 원투펀치 라일리 톰슨과 로건 앨런을 제외하면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가 없었다. 선발 이닝·퀄리티스타트(10위), 선발 평균 자책점(9위), 선발승(6위)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는 “재기를 노리는 이재학을 포함해 4~5선발 후보 네 명을 두고 있다”며 “6월 전역하는 송명기가 복귀하면 선발 마운드가 한층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토다 나츠키의 선발 기용도 고려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구창모가 건강히 토종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구단도 일찍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치며 이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NC는 11일 라일리와 재계약을 발표했다. 올해 17승과 216탈삼진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과 200탈삼진 클럽을 동시에 거머쥔 라일리가 내년에도 에이스로 활약해 줄 것이라고 이 감독은 기대했다. 최근 2년간 82홈런을 쏘아올린 맷 데이비슨과의 동행도 확정됐다. 7승(12패)에 그치며 평균자책점이 4.53에 달했던 로건의 빈자리는 커티스 테일러가 채운다. 그는 최고 시속 154㎞ 직구를 앞세워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26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KT 위즈로 떠난 중견수 최원준의 공백에 대해서도 “대체 후보가 5명 가까이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스프링캠프 경쟁을 통해 주전을 확정하겠다. 코너 외야수 오장한도 후보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