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선수의 올림픽 여성 경기 출전이 전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성 스포츠 출전 자격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여성 부문을 보호하고 가장 공정한 방식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적어도 내년 1분기 안에는 명확한 결정이 내려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성별 규정은 성전환 선수의 올림픽 여성 종목 출전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개막 전날 열리는 IOC 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OC 역사상 최초의 여성 위원장이자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 6월 취임 직후 관련 실무 그룹을 구성하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그동안 IOC는 성별 규정에 관해 각 종목 단체 자율에 맡겨왔다. 이에 2020 도쿄올림픽에서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가 성전환 선수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선 바 있다. 반면 세계수영연맹과 세계육상연맹 등은 남성으로 사춘기를 겪은 선수가 여성 엘리트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다. 앞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실격 처리됐던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와 린위팅(대만)이 여성 복싱 종목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올림픽 복싱 관장 기구인 월드복싱은 유전자 검사 의무화를 결정했다.
IOC의 이 같은 결정이 2028년 LA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남성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하라”며 성전환 선수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허용하는 단체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철회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도 지난 7월 사실상 성전환 여성의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은 모든 사람의 권리라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생활 체육과 레크리에이션 수준에서는 모든 사람이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