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WKBL의 아산 우리은행이 낯선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역대 최다 우승 기록(13회)을 보유한 전통의 강호지만, 올 시즌 초반 고전하며 하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즌부터 왕조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난 여파로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11일 기준 2025-2026 WKBL 정규리그에서 2승 5패를 기록, 인천 신한은행과 함께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정규리그 21승 9패로 1위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이 최하위로 처진 것이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2012-2013시즌부터 통합 6연패를 달성하며 새로운 왕조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에도 성적은 꾸준히 나왔다. 지난 13시즌 동안 정규리그 1위 자리에 10번이나 올랐고, 나머지 세 차례 정규리그는 2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챔피언결정전 9회 우승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박지현(토코마나와)의 해외 진출, 박혜진(부산 BNK)·최이샘(인천 신한은행)·나윤정(청주 KB) 등의 이적으로 주축 멤버 이탈을 겪었다. 유승희, 한엄지 등도 부상으로 빠지면서 일부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공격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팀 평균 득점(56.9점)과 어시스트(10.1개)가 리그에서 가장 낮다.
8관왕을 차지한 베테랑 김단비가 독보적 에이스로 활약하며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김단비는 올 시즌 평균 16.6점(리그 3위)에 13.1리바운드(1위)로 고군분투 중이다. 이명관(12.6점 6.7리바운드)과 이민지(8.9점 3리바운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용인 삼성생명전에서 62대 59로 승리하며 3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12일에는 리그 라이벌이자 우승 후보로 꼽힌 청주 KB와 맞붙는다. 평소 코트에서 매서운 지도를 보여줬던 위 감독은 방향을 틀었다. 일단 선수들의 ‘기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