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하고 어선 타고… 천신만고 끝 오슬로 도착한 마차도

입력 2025-12-11 18:50 수정 2025-12-12 00:22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오랜 은신을 끝내고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대중 앞에 나타났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차도는 이날 새벽 오슬로시청 인근 호텔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을 만났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뒤 행적을 감추고 온라인상에서만 활동했던 그가 11개월 만에 공개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당초 마차도는 10일 오슬로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베네수엘라 탈출 여정이 악천후 등으로 지연돼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시상식에선 마차도의 딸 아나 코리사 소사 마차도가 노벨 메달을 대신 받았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1일 새벽(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시청 인근 한 호텔에 여장을 푼 뒤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차도는 호텔 발코니에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다가 잠시 밖으로 나가 지지자들을 직접 만났다. 지지자들은 베네수엘라 국가를 부르며 “자유” “용기”를 연호했고 일부는 “대통령”을 외치기도 했다. 2013년부터 장기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맞서 ‘독재 정권 종식’을 요구해온 마차도는 한때 우파 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 주자였지만 지금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차도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개월간 비밀 단체의 도움을 받아 베네수엘라 탈출 계획을 세웠다. 지난 8일 오후 베네수엘라 은신처에서 가발을 쓰고 변장한 뒤 탈출을 시작한 그는 약 10시간의 육로 이동에서 군 검문소 10곳을 지나야 했다. 가까스로 들키지 않고 바닷가에 도착한 그는 9일 새벽 목제 어선을 타고 네덜란드령 퀴라소까지 이동했다. 퀴라소는 베네수엘라에서 65㎞가량 떨어진 섬이다. 마차도는 퀴라소에서 익명의 조력자가 지원한 민간 제트기를 타고 미국 메인주 뱅거를 경유해 10일 밤 오슬로에 도착했다.


WSJ은 “비밀 단체의 연락을 받은 미군이 마차도의 탈출 과정에서 F-18 전투기 2대를 급파해 40여분간 엄호했다”고 전했다.

마차도는 11일 오슬로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가 자유를 되찾을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희망을 갖는다”며 “희망과 기회, 민주주의의 등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선 마두로 정부가 집권 중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내 국민과 함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