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서 최소 58만명 인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AI 인재 육성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유독 이공계 ‘두뇌’들이 의대로 쏠리고 있어 기술혁신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김인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에 의뢰한 ‘이공계 인력부족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9년까지 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서 필요한 중급(학사 수준) 인재는 75만8600명이다. 이에 비해 실제 공급은 46만6500명(수요의 6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석·박사 이상 고급 인재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앞으로 5년간 33만3700명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4만6200명(14%)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급·고급 인재 부족분은 각각 29만2100명, 28만7200명으로 모두 57만93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 전망이 최소치라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알파벳)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내년에만 AI 산업에 5200억 달러(약 765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AI 산업 분야의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58만여명의 부족 인원은 최소치”라며 “인재 부족으로 AI 기반 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공계 인재가 부족한 원인은 저출생으로 학령인구 자체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상위 1%’ 최상위권이 대부분 의약학계열을 선택하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 2025학년도 자연계열 정시 학과 분포를 보면 상위 1% 학생의 76.9%가 의대를 택했고, 12.8%는 약대·치대·한의대·수의대를 지원했다. 자연계 일반학과는 10.3%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의 배경으로 ‘(해외 취업자나 의사 대비) 미흡한 보상체계’ ‘낮은 직업 만족도’ ‘불안정한 직업 안정성’을 꼽았다. 국내 기업에 취업한 이공계 인력이 최종학위 취득 후 10년 뒤에 받는 평균 연봉은 9740만원으로 의사(3억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 중심 보상체계 전환’ ‘대학·기업 간 연구협력 등 경력사다리 확충’ ‘과학기술인 사회적 위상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AI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국내외 인재가 신기술 분야에 모일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