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안에 발표될 부동산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안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도입 초기 단계에서 규제를 곧바로 완화할 경우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대통령실과 서울시, 중앙부처가 내놓는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수요자들의 불신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토허구역 해제는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확연히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성급히 완화하면 시장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주간 집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0.17%)보다 더 오른 0.18%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한강벨트 지역도 상승 폭이 일제히 확대됐다.
관계 부처는 대신 주택 공급안을 대책의 핵심축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정부는 토허구역 지정 유지로 시장을 진정시키는 한편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한 후보 부지들의 구체적 위치와 실제 공급 가능 물량, 실착공 시간표를 확정하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태릉CC,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등 과거 정부에서 후보지로 발표됐다가 무산됐던 지역들이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정책 신호 혼선으로 시장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집값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중심으로 토허구역 해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대통령실·서울시·정부 부처의 메시지가 엇갈리며 혼선을 키웠다는 평가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토허제는 임시조치”라고 언급하며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여러 차례 해제 시점을 거론해왔다. 반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토허구역 해제는) 검토한 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공급대책 추진 과정에서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 용산정비창 개발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착공식을 열고 6000가구 규모의 공급 계획을 확정했지만 정부는 이곳에 최소 1만 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구상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서울시와 협의를 전제하면서도 “용산정비창에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행사에서 “(사업 지연으로) 속도를 잃은 물량 공급은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공유지·유휴부지 활용을 둘러싼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정부가 주택공급 후보지로 언급한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용지, 송파구 위례 업무용지 등에서 주민 민원이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과거처럼 지방자치단체 협의 없는 공급대책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선 ‘어차피 안 된다’는 인식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시로 후보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