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한국 군단’은 총 6승을 합작했다. 7승을 거둔 일본 다음으로 많은 승수다. 13년 만에 최소 승수였던 지난해 3승의 2배로, 반등세를 확인한 시즌이었다.
올 시즌 위너스 써클에 가입한 한국 선수는 개막전 힐튼 그랜드 보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자 김아림(30·메디힐)이 시작이었다. 포드 챔피언십의 김효주(30·롯데), 블랙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유해란(24·다올금융그룹)이 초반 흐름을 이끌었다. 2인1조 경기 다우 챔피언십에서는 임진희(27)-이소미(26·이상 신한금융그룹)가 데뷔 첫 승을 거뒀고, 초청 선수로 출전한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황유민(22·롯데)은 내년부터 LPGA투어서 활동한다. 마지막을 장식한 우승은 아시안 스윙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주인공 김세영(32·스포타트)이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김세영의 우승이다. 나흘간 주최 측 추산 6만여명의 고향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어 통산 13번째 우승을 거뒀다.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고진영(15승)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네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32세 적잖은 나이에 5년여의 부진을 극복하고 거둔 우승이라 여운이 길었다. 올 시즌 32개 대회 챔피언 중 35세에 마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33세에 T-모바일 매치플레이 매치퀸에 등극한 마들렌 삭스트룀(스웨덴) 다음으로 나이가 많았다.
시즌 성적도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CME 포인트 랭킹 6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았고,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는 김효주(5위)에 이어 8위에 자리했다. 상금 순위는 165만1769달러(약 24억 2727만원)을 획득해 18위다. 전 부문에 걸쳐 2020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귀국해 국내에 체류 중인 그를 만나 슬럼프가 길어졌던 원인, 해결책, 그리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김세영은 “파리 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그게 결국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고 기나긴 슬럼프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에 연이어 출전했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기필코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김세영은 “파리 올림픽에 너무 올인했던 것 같다. 세계랭킹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조급해지고, 전체적으로 샷이 흔들렸다”고 시행착오를 겪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그는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면서 마음은 홀가분해졌는데 멀리 떠나간 샷감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웃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늦었지만 올해 우승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상반기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5월에는 3개 대회 연속 컷 탈락했고, 21개 대회에 출전해 4차례 미스컷이 있었다. 그중 US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등 메이저 대회가 두 번이었다.
반전의 계기는 아시안 스윙 첫 번째 대회인 뷰익 LPGA 상하이 대회였다. 김세영은 “간간이 톱10에 입상했지만 샷감은 엉망이었다”며 “상하이 대회에서 아이언샷이 전성기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 덕에 다음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김세영은 이후 출전한 3차례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는 1타 차 준우승에 머물렀고, 시즌 최종전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 경쟁을 펼쳤다. 김세영은 “시즌 막판 샷감이 좋아 더 시합이 없다는 게 오히려 아쉬웠다”며 내년을 기대했다.
내년 목표는 5개 메이저 대회 모두 컷 통과로 정했다. 그는 “올해 메이저 대회 성적이 너무 아쉬웠다. 우승하면 좋겠지만 우선 컷 통과를 염두에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스승 이경훈 프로와 함께 베트남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다. 김민규(24·종근당)와 이가영(26·NH투자증권) 등 후배들도 동행한다. 그는 “드라이버샷 캐리는 정상급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데 런이 없어 비거리가 줄었다. 전훈에서 드라이버샷 백스핀을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에게 은퇴 시기를 묻자 “은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한 현역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체력적 한계는 못 느낀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철저히 체력관리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베트남 전훈을 마친 뒤 혼다 LPGA 타일랜드가 열리는 태국 파타야로 이동해 2026시즌 대장정에 돌입한다. 그는 “5년 만에 시즌 개막전 출전 기회를 잡았으나 효율적 투어 운용을 고려해 불참키로 했다. 태국 대회와 싱가포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3월에 열리는 L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본격적 시즌을 시작할 것 같다”며 “내년에는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