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만 졸졸 따라다녀선 안 된다. 장동혁 대표가 중진 의원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
“한국 정치사에 여야 갈등의 골이 이렇게 깊은 적은 없었다. 민주당이 관행을 다 무너뜨렸다. 서로 지킬 선은 지켜야 한다.”(국민의힘 5선 중진 의원)
국민 10명 중 9명이 한국의 정치 양극화를 염려한다는 국민일보 창간 37주년 여론조사(12월 10일자 1면 참조)를 접한 정치권은 11일 한목소리로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여야 모두 자당 지도부에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성찰도 촉구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과거와의 절연’,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정치’를 상대 당에 요구했다.
민주당 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은 미래를 말하지 않는 정치에 실망감만 느낀다”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정치권이 민생법안을 두고 싸우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가 침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영남지역 재선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이 싸움만 하는 정치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라며 “이런 결과를 만든 책임은 오롯이 정치권에 있다. 반성하고 성찰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 위주의 팬덤 정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3선 의원은 “(국민의힘) 장 대표가 정치 생명을 극우파 붙잡기에 거는 것은 자폭의 길”이라며 “지역주의와 극단적이고 편협한 이념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며 “민주당에 있는 능력과 의지 충만한 의원들이 합리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계엄의 늪에서 벗어나길 촉구했다. 민주당 5선 중진의원은 “하루빨리 불법계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다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다수 의석을 가졌을 때일수록 소수 의견을 받아줘야 한다”며 “상대방 힘이 약하다고 (민주당이 야당을) 주먹으로 때리는 형국인데,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수 정당의 목소리가 주목받는 구조적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비교섭단체 지도부 관계자는 “극단적 진영 정치, 정치 양극화 해소의 핵심 방안은 정치적 다양성 확보”라며 교섭단체 기준 완화와 선거제 개편 등 정치 개혁에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만나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의 진원지가 바로 정치이고 국회”라며 “국민 통합의 방향은 헌법적 가치를 기반으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민이 볼 때 (정치권의 갈등은) 참된 갈등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입각한 것으로 비쳐 실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헌법 궤도를 벗어난 정치는 이미 헌법적 상황이 아니다. 비법적 상황이자 헌법 정신을 이탈한 정치는 타협의 폭력”이라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왜곡죄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대표는 “정치가 국민 불안의 진원지라는 말씀은 저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김혜원 이형민 정우진 한웅희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