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 대기업 일자리 8만1000개 감소, 사상 최대폭

입력 2025-12-12 00:32 수정 2025-12-12 00:32

지난해 일자리 증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기업 일자리는 8만개 넘게 줄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새로 진입할 일자리는 줄어들고 고용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4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일자리가 2671만개로 집계되며 전년보다 6만개(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대기업 일자리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신규 일자리 수에서 소멸 일자리 수를 뺀 증감 규모는 8만1000개가 줄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줄었다. 대기업 일자리 수는 2017년부터 6년 연속 증가해왔지만 2023년(-4만2000개)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중소기업 일자리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줄어 1644만개(-1만개)로 집계됐다.

고용 안정성과 처우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만큼 고용의 질 저하와 청년층 고용난 심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재혁 데이터처 행정통계과장은 “대기업의 경우 신규 일자리가 적고 지속 일자리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기존 인력은 유지됐지만 청년층이 신규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도 청년 고용 부진 흐름이 뚜렷하다. 20대가 점유한 일자리 수는 전년 대비 15만개 감소했고 19세 이하도 1만개 줄었다. 30대는 2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40대는 17만개가 줄었다. 반면 60대와 70세 이상은 15만개씩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 과장은 “20대는 인구 감소와 신규 채용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40대의 경우 건설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부진이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에 영향을 줬다. 건설업은 불황이 길어지며 6만개 감소했는데 이는 파생 산업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데이터처 설명이다. 더불어 금융보험·운수창고에서도 각각 6만개씩 감소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는 정부 주도의 돌봄 서비스 일자리 증가 영향으로 13만개가 늘었고 제조업도 5만개 증가했다.

성별 격차는 다소 완화됐다. 남성이 점유한 일자리는 1501만개(56.2%)로 6만개(-0.4%) 감소한 반면 여성은 1170만개로 11만개(1.0%) 증가했다. 신규채용 일자리도 남성(-16만개)과 여성(-3만개) 모두 감소했지만 남성의 비중이 54.6%에서 53.7%로 낮아지며 격차가 축소됐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