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어제 사의를 밝히면서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연루설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통일교와 접촉한 여야 정치인이 최소 13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여야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데 사건을 이첩받은 경찰의 중립성과 역량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교유착 의혹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해 수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민주당 3선 국회의원이자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가 예상됐던 전 장관은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면서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현직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진술한 정치인은 5명이라고 확인했다. 5명 중 전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 대통령의 측근 그룹 ‘7인회’ 소속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등 3명이 여권 인사고, 야권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김규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연루설도 제기됐다. 거론된 인사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정교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종교재단과의 부적절한 접촉은 덮고 지나가지 않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라면 경찰의 수사와 별도로 특검 구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경우 소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경험이 거의 없고, 여당 의원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산하에 있는 만큼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혁신당의 제안처럼 민주당과 국힘을 배제하고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이 주축이 돼 특검을 구성하면 될 것이다. 다만 절차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경찰이 수사를 계속하고 특검이 구성된 후 내용을 이첩하면 된다. 경찰 수사를 일단 지켜보고 결과가 나온 후 필요할 경우 특검을 고려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자칫 지방선거를 의식한 시간 끌기란 오해를 살 수 있다. 의혹 실체를 규명할 의지가 있다면 당장 특검 구성에 착수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