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마두로 흔들기’

입력 2025-12-11 18:47 수정 2025-12-11 18:50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린 영상. 단속 요원들이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나포하기 위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대형 유조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이 아닌 유조선을 이례적으로 나포한 것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압박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 도중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유조선을 나포했다”며 “대형 유조선이고 매우 타당한 이유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유조선에 있는 원유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져올 것 같다”고 말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미국 해안경비대와 연방수사국(FBI) 등이 국방부 지원을 받아 해당 유조선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본디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보면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총을 겨누며 조타실로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안경비대는 이날 오전 베네수엘라 인근 국제 해역에서 유조선을 나포했다. 작전 과정에서 사상자는 없었고 선원들의 저항도 없었다고 한다. 이 유조선은 ‘스키퍼’라는 이름의 선박으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원유를 운반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산 원유 밀수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는 이 배는 등록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국기를 달고 항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연방법원이 해당 선박에 대해 압수영장을 발부한 것은 마두로 정권과의 연계가 아니라 이란산 원유 밀수 전력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유조선 나포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수출 수익의 대부분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지난 9월부터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높여온 트럼프는 전날 공개된 폴리티코 인터뷰에선 마두로 관련 질문에 “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번 유조선 나포 작전은 공교롭게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날에 진행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