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회적기업 손잡으니 성탄 선물 ‘일석삼조’

입력 2025-12-12 03:00
성탄절을 앞두고 한국교회와 사회적기업이 힘을 합쳐 이웃을 돌보는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돈보다 사람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며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 교회가 사회적기업 제품을 구매해 선물세트를 구성하고, 배달 과정에 취약계층을 참여시켜 일자리를 만드는 등 경제 활동을 통한 상생 구조를 만들고 있다.

산타 복장의 봉사자들이 지난 9일 인천 계양구 사회적기업회관에서 취약계층에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9일 인천 계양구 사회적기업회관. 빨간 산타복을 입은 목회자들과 사회적기업 직원, 후원자들이 분주하게 선물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운영위원장 조성돈)가 주관한 ‘사회적기업과 함께하는 몰래산타 이웃사랑 나눔행사’ 현장이다.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이 프로그램은 교회가 일정 금액의 분담금을 내면 센터가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지에서 상품을 구매해 20만~25만원 규모의 선물세트를 만들어 전달한다. 올해는 전국 130여 교회와 단체가 참여해 4억원 상당의 선물 1300여 세트를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받은 이웃은 1만5400여명에 달한다.

완성된 선물은 쪽방 주민, 노숙인, 가정폭력 피해자, 탈북민 가정 등에 전달된다. 선물 제작과 배송은 인천 노숙인 쉼터 ‘내일을여는집’ 거주자들이 맡았다. 물품구매→선물제작→배송→전달까지 하나의 선물 상자에 다양한 취약계층의 경제 활동이 연결된 것이다.

인천 내일을여는집 대표 이준모 목사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이 다수”라며 “교회가 선물 상자를 구매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의 매출을 돕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고, 배달을 맡은 노숙인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일석삼조 사역”이라고 설명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인 조성돈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은 “날씨는 춥지만 크리스마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때”라며 “연말 행사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경제와 교회가 함께 약자를 지키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몰래산타 행사장 한편에는 골육종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몽골 청년 아마르자르갈(19)군도 참석했다. 병이 재발해 다시 수술을 앞둔 그는 지역 교회로부터 무료 거처와 병원비를 지원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불러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희망찬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호 하베스터 대표가 서울 마포구 팔시보스토어에서 디자이너 최서희 김가은 청년, 김소연 집사(왼쪽부터)와 성탄 카드 모형을 들고 있는 모습.

성탄의 의미를 일상 속 실천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은 ‘선교적 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 굿즈 브랜드 하베스터(대표 김승호)는 서울 마포구 팔시보스토어에서 11일부터 나흘간 ‘더 퍼스트 레터’를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열고 성탄 카드, 성탄 장식인 오너먼트, 겨울 의류 등을 선보인다.

스토어에 진열된 장식품은 테러로 인해 배우자를 잃은 파키스탄 여성들이 만든 작품이다. 현지에서 자립공동체를 이룬 파키스탄 선교사가 연결했다. 니트 티셔츠는 몽골에 교회를 세울 비전을 품고 브랜드를 만든 몽골인 자매가 제작했다. 하베스터는 수익성보다 선교적 가치를 우선해 이런 제품들을 채택했다.

이런 정신은 경기도 용인 더빛교회(박정배 목사)의 지원에서 출발했다. 교회는 2014년 교인들과 함께 성탄절 엽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능 기부로 시작했는데 디자이너와 직조 전문가 등 청년들이 합류하며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4년 전부터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최서희(34)씨는 “교회에서 20년 가까이 봉사하고 훈련받으며 성장했기에 하베스터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베스터는 교회로부터 독립했지만 복음 전파를 향한 열정 안에서 든든한 동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행사 역시 여선교회 후원과 봉사가 밑거름됐다. 봉사자로 참여한 김소연(48) 집사는 “예수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복음을 전하고 선교하는 일이라면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며 “선교지와 이웃에 빛을 전하고자 하는 일이기에 여러 교인이 동참한다”고 설명했다.

김승호(37) 대표는 “5년 전부터 선교적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내 안에 진정한 예수님 사랑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며 “주님만 의지하는 법을 이곳에서 배우게 하신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김동규 박윤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