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잘하고 유망했던 張 대표
계엄·탄핵 거치며 강성 우파 돼
윤핵관·친윤도 尹 절연하는데
張 대표 혼자 역주행해선 안 돼
선거 앞두고 행보 안 달라지면
의원·단체장이 결단 촉구해야
계엄·탄핵 거치며 강성 우파 돼
윤핵관·친윤도 尹 절연하는데
張 대표 혼자 역주행해선 안 돼
선거 앞두고 행보 안 달라지면
의원·단체장이 결단 촉구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벼락스타 정치인이다.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때 충남 보령·서천에서 당선됐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말이 재선이지 지금까지 의원은 3년 반밖에 안 했다.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 한동훈 전 대표가 막중한 사무총장 자리를 맡겼다. 0.5선을 총선 공천을 좌우하는 자리에 앉힌 건 파격이었다. 그가 사리 판단이 빠르고 열정적이어서 한 전 대표가 ‘소울 메이트’로 여겼다는 얘기가 있다. 그해 7월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수석최고위원에 당선됐고, 지난 8월 전대에선 대표가 됐다. 진격의 연속이었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장점은 연설을 잘한다는 점이다. 내용도 논리 정연하고 당원들의 속도 시원하게 긁어준다. 높은 어조의 샤우팅 스타일 연설인데도 발음이 또박또박해 의미도 잘 전달된다. 제스처도 현란해 정치적 호소력도 강하다. 그런 매력이 있으니 당대표까지 올라왔을 것이다. 기회가 보일 때 승부를 걸 줄 아는 승부사 기질도 있다.
그런 장 대표가 그냥 보통 수준의 정치만 했더라도 아마 지금쯤 상당히 비중 있는 정치인이 됐을 것이다. ‘차기 주자’로도 올라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정말 예상밖의 모습으로 변했다. 계엄이 있던 날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 투표를 했던 그인데 1년 만에 아스팔트 우파와 ‘윤 어게인’ 세력과 가까워지면서 정치 노선이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한배를 탔던 한 전 대표와도 갈라서 철천지원수가 돼 있다. 대신 그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과 손 잡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 내년 6·3 지방선거 때 극우 세력과 연대를 시사했으며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본인과 당을 전환시킬 절호의 기회였던 12·3 계엄 1년이 된 날 끝내 계엄을 사과하지 않았다.
당 구성원들은 속속 변하는데 장 대표만 요지부동이다. 당 2인자인 송언석 원내대표가 계엄을 공식 사과했고, 원조 윤핵관 윤한홍 의원조차 “똥 묻은 개(국민의힘)가 겨 묻은 개(이재명정부) 탓하는 꼴이다. 당이 윤석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맹주인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윤 전 대통령이 폭정을 거듭했고 탄핵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 친윤인 윤상현 의원도 “당이 이제는 중도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주요 광역단체장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 왔다.
당의 그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장 대표 체제로 과연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당에선 벌써부터 “장 대표가 변하지 않으면 내년 선거 때 그에게 유세를 오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통화한 한 재선 의원은 “집권할 때도 여소야대라 어려웠는데 정권도 빼앗긴 지금은 당이 몇 배 더 힘들다. 윤석열 때문에 이 꼴이 됐는데 지도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이 선거 때 여당과 어엿하게 승부를 벌일 수 있어야 국민들로선 비교우위의 후보를 고를 수 있고, 그래야 더 경쟁력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너무 경쟁이 안 되면 견제세력으로서의 위상도 무너져 정권을 감시할 수도 없다. 또 여야 없이 중도 목소리가 많아져야 양 극단 세력을 배척하고 통합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다.
그래야 하지만 지금 장 대표 체제로는 그런 대등한 승부나 통합적 목소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상황이 이러면 당 구성원들이 장 대표에게 변화하거나 퇴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변하지도 퇴진하지도 않으면 갈라서기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초·재선 의원 몇 명만 그런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3선 이상 34명의 중진 의원 대부분은 침묵했다. 과거 윤 전 대통령의 전횡에 아무 말도 못했던 것처럼.
선거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통일교와 여권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이 엄청난 호재를 만난 양 들떠 있지만 그 호재보다 몇 배나 더 표를 깎아먹을지 모를 악재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선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이 더 늦지 않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의원과 광역단체장들이 장 대표에게 ‘불편한 진실’을 가감없이 얘기하고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 엎지른 물이 너무 많아진 장 대표로선 당내에서 그런 강한 액션이라도 해줘야 변할 명분이라도 생길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