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월간지 ‘샘터’ 재정난에 무기한 휴간

입력 2025-12-11 01:05
샘터 창간호인 1970년 4월호(왼쪽)와 발간을 앞둔 2026년 1월호. 샘터사 제공

국내 최장수 월간지 샘터가 독자 감소에 따른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샘터사는 “오는 24일 발간될 2026년 1월호(통권 671호)를 마지막으로 월간 ‘샘터’를 무기한 휴간한다”고 10일 밝혔다. 샘터사는 “스마트폰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영상 콘텐츠의 수요가 활자 미디어를 월등히 뛰어넘는 시대적 흐름을 이기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잡지는 휴간에 들어가지만 단행본 발간은 계속 이어간다.

샘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잡지’를 표방하며 1970년 4월 창간됐다. 수필가 피천득과 소설가 최인호, 아동문학가 정채봉, 법정 스님과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등의 글이 샘터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도 대학 졸업 후 샘터 편집부 기자로 2년간 일한 적 있다.

1970∼1990년대 초 샘터는 월 판매 부수가 50만부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샘터 역시 다른 종이 매체와 함께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자금난을 겪어온 샘터는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2019년 한 차례 휴간을 발표했다가 기업 후원과 독자들의 구독 행렬 덕에 고비를 넘긴 바 있다.

한재원 샘터 편집장은 “재정적인 어려움이 해결되면 언제든 다시 복간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지난번처럼 독자분들이나 기업의 도움 대신 자력으로 복간할 힘이 생기면 다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당분간 마지막 호가 될 내년 1월호는 창간호와 같은 ‘젊음을 아끼자’를 주제로 꾸며진다. 창간호에 특집 기고를 했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샘터의 오랜 필자였던 이해인 수녀, 편집부 기자로 근무했던 정호승 시인의 ‘휴간 기획’ 에세이가 실릴 예정이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