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 여파 속 차기 CEO 3파전… ‘내부2·외부1’ 경쟁

입력 2025-12-11 00:33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이 3명으로 압축됐다. KT 내부 출신 인사 2명과 외부 인사 1명의 경쟁 구도다. 여전히 해킹 사태 여파에 시달리는 KT의 신뢰 회복과 인공지능(AI)·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 등 중장기 비전 제시 등이 최종 1인 결정의 핵심 기준이 될지 주목된다. 민영화 이후 20년 넘게 제기돼 온 ‘낙하산 논란’이 막판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 차기 CEO 최종 후보군으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를 선정했다.

박 전 사장은 1992년 한국통신 입사 뒤 30년 이상을 KT에서 보낸 베테랑이다. ‘정통 KT맨’이라 할 수 있다. 기업사업부문장, 미래사업개발그룹장 등을 지냈으며 기업간거래(B2B)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KT 내부 사정에 밝은 만큼 해킹 사태를 거치며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홍 전 대표는 미국 벨 통신연구소를 거쳐 KT의 전신인 KTF 기술기획총괄팀장과 신사업총괄담당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기술통’이다. 삼성전자·삼성SDS에 영입돼 IT·보안 사업을 두루 이끌었고, 지난 4월까지 보안전문업체 SK쉴더스의 CEO로 재직하며 신사업 육성에 집중했다. 이동통신 업계 최대 이슈인 보안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KT CEO 인선 초기부터 주 전 대표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SK텔레콤 출신인 주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일했고,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먹사니즘본부장을 거쳐 현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친여권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치 성향 평가가 되레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으로 출범한 KT는 2002년 정부가 잔여 지분 28.4%를 매각하며 형식상 완전민영화를 이뤘지만, 이후에도 CEO 인사를 두고 정치권 바람에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여당 의원에게 받은 인사청탁 관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권이 KT 새 수장 선정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T 이사추천위원회는 오는 16일 이들 3인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연내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 절차가 있을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