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정교유착 의혹’ 핵심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공판이 정치권 로비 관련 추가 폭로 없이 10일 마무리됐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김건희 특검 조사 과정에서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현안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지만, 정작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 달 28일에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관심을 모았던 윤 전 본부장의 폭탄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그는 지난 5일 재판에서 “2017~2021년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 가까웠다”며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접근) 했다”고 통일교의 민주당 로비 명단 폭로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최종 의견진술에서 “통일교에서는 2022년 한반도평화서밋을 개최했고, 이 모임은 특정 정파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세계 인사가 참석한다”며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처럼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집중한 게 아니라 보이는데, 세간에 오해 소지가 있어 당혹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선 직전 열렸던 당시 행사에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를 모두 초청하기 위해 양당에 접촉했고, 특검의 공소사실처럼 특정 정당이나 진영에만 접근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전 본부장은 추가 폭로 대신 A4용지 3장 분량으로 준비한 최후진술에서 한때 몸담았던 통일교를 맹비난했다. 그는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교단이 꼬리 자르기, 증거인멸을 하고 가족을 위협하는 것을 바라보며 교단에 헌신한 제 인생이 부정되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으니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혐의에 징역 2년, 횡령 및 청탁금지법 위반과 증거인멸 등 나머지 3개 혐의에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박상진 특검보는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세력 확장과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정치세력과 결탁했다”며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특검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측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목걸이와 명품가방 등을 건넨 혐의 등으로 윤 전 본부장을 구속기소했다. 특검 측은 이날 최종 의견진술에서 “피고인은 권 의원과 전성배라는 ‘투트랙’을 이용했는데, 이것은 모두 통일교와 윤석열 정권의 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