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가 국가 발전에 장애물” 인요한, 의원직 사퇴

입력 2025-12-11 00:06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며 국회의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4월 총선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8번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1년6개월여 만이다.

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의원직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오직 진영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흑백논리와 진영논리를 벗어나야만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 의원은 정치 변혁을 위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 내려놓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희생 없이 변화는 없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으로 복귀해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변 인사들은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계엄령이 초래한 역사적 비극을 직접 겪은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정국을 지켜보며 깊은 회의감과 무력감을 느껴왔다고 했다. 비상계엄이라는 방법론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주 상황을 지켜보며 양가적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인 의원은 “윤석열정부 계엄 후 지난 1년간 이어지고 있는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 의원은 주변에 “민주당 마음대로 다 해버리는 게 무슨 정치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피켓 들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밖에 없는 것이냐”고 토로하고 국민의힘 의원 총사퇴까지 거론했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인 의원과 친분 있던 한 의원은 “‘의원직 참 매력 없다.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인 의원의 사퇴 소식을 접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인 의원의 사퇴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아침에 장동혁 대표가 많이 만류했다”고 말했다.

인 의원 가문은 구한말부터 4대째 한국에서 선교·의료·교육 활동을 펼쳐 왔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 자격을 받았다. 전남 순천 출생인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과 외신기자 사이 통역을 맡기도 했다. 인 의원의 사퇴로 의원직은 국민의힘 비례대표 다음 순번(19번)인 이소희 변호사에게 승계된다.

이형민 정우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