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외면에 냉담한 평가… 정 ‘호남만 긍정’ 장 ‘TK도 부정적’

입력 2025-12-11 00:02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거치는 1년 동안 거대 양당은 국가 정상화 책임을 질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상처를 위로하면서 정부 기능을 수습하고 미래 비전을 밝혀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지난 8월 취임 이후 약 넉 달이 지난 지금 이들에 대한 평가는 처참한 수준이다. 민생과 국민경제를 살피기보다 내란 공세와 방어에만 급급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강성 지지층 눈치만 보며 각자도생에 매달렸다. 그 결과 현대사의 가장 엄중한 시기 중 한 곳에서 정치 양극화의 주역이라는 냉담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 중 ‘정 대표가 대표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질문에 지역별로는 호남, 연령별로는 40·50대에서만 긍정 평가가 우위를 보였다. 긍정 평가는 50대(56%)가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53%) 60대(36%) 30대(35%) 70세 이상(34%) 20대(18~29세·30%) 순이었다. 부정 평가는 60대(61%) 70세 이상(60%) 20대(52%) 30대(50%) 40·50대(각 39%)였다. 40·50대를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특히 20대는 물론 30대까지 이탈한 건 민주당엔 매우 아픈 부분이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만 긍정(61%) 평가가 부정(31%)보다 높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부정 평가가 각 53%, 51%로 긍정(각 41%)보다 높게 나타나 내년 지방선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취임 후 강도 높은 개혁 입법을 추진했지만 전통적 지지층의 호응마저 떨어지며 리더십에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 응답자 중 77%가 정 대표를 긍정 평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보다 8% 포인트 떨어진 69%만 ‘잘했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10일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잘 뒷받침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러나 당에서 엇박자가 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 작업도 매번 이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났고, 메시지 대부분이 강성 지지층을 향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전 연령층, 전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잘못하고 있다’(49%)는 응답이 ‘잘하고 있다’(40%)를 웃돌았다. 보수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도 부정(53%) 평가가 긍정(31%)을 앞섰다. 자신의 지역구(충남 보령·서천)가 속한 충청권마저 부정(66%) 평가가 긍정(23%)보다 40% 포인트 이상 높았다.

연령별로는 보수화 색채가 강한 20대에서 부정(44%) 평가가 긍정(36%)보다 높았다. 전통적 보수층인 70대 이상에선 부정(56%) 평가가 긍정(31%)의 배 가까이 기록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 진영에서도 부정(50%) 평가가 절반이었고 긍정은 41%에 그쳤다. 연령·지역·직업·지지정당·정치성향별 조사 항목에서 장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높았던 유일한 집단은 국민의힘 지지층이었다. 이들은 긍정(55%) 평가가 부정(38%)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 9월 갤럽 조사 때보다 악화한 수치다. 당시엔 국민의힘 지지 응답자 중 69%가 장 대표에게 ‘잘하고 있다’고, 19%만이 ‘잘못하고 있다’고 했었다.

허진재 갤럽 여론수석은 “정 대표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 평가보다 더 안 좋은 수치”라며 “국민의힘 지지자 10명 중 4명은 부정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자당 지지층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이 갈라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에 치인 나머지 정당은 존재감을 잃고 있다. 개혁 성향 지지층을 기반으로 반짝했던 조국혁신당은 ‘50대 당’으로 전락할 위기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50대만 10% 지지율을 보였을 뿐 나머지 연령대에선 한 자릿수 지지를 받으면서 전체의 5%에 그쳤다. 개혁신당은 반대로 ‘20대 당’으로 남을 처지다. 20대에서 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았으나 전체로는 3%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진행됐다. 무선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대상자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은 10.5%였다.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이 적용됐다. 이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성윤수 이형민 정우진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