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환율 70%는 수급 탓… 해외투자 주요 배경”

입력 2025-12-11 00:55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최근 고환율의 주된 원인은 통화량 증가보다 개인 투자자·국민연금 등의 늘어난 해외 투자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종화(사진)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환율 상승 원인에 대해 “부서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외환 수급 요인이 상승분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내국인과 기관의 해외 주식·채권투자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내려오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해외 투자 확대가 소위 ‘서학개미’나 국민연금 각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모이면 전체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경제 주체들이 했던 모든 행동은 자기 책임하에 자기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는 합리적인 행동”이라면서도 “고환율은 경제에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의도치 않게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한은은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됐던 통화량 증가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위원은 “(통화량 증가가) 환율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번 완화 국면에서의 광의통화량(M2) 증가율은 8%대로 과거 완화 국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통화량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면 물가가 상승해야 하는데 지금 근원물가는 2% 수준으로 안정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금리 격차에 대해서는 “올해 초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위축을 막고자 금리 정책을 써왔다”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