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의사’ 등 허위·조작정보를 악의적으로 퍼뜨리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기로 했다. ‘AI 생성물 표시제’ 도입과 함께, AI 허위·과장광고의 위법성 판단 기준과 과징금 수준도 대폭 강화된다.
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0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광고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AI 기반 가짜 전문가나 유명인 딥페이크 광고가 식·의약품 분야를 중심으로 급증해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된 조치다.
대책은 사전 방지, 제재 강화, 신속 차단 등 세 갈래다. 방미통위는 AI 생성물이 실제가 아니라는 점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AI 생성물 표시제’를 도입한다. 다른 이용자가 해당 표시를 지우거나 훼손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1분기 내에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제재 수준도 크게 높아진다. 인플루언서 등 일정 규모의 영향력을 가진 정보 게재자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AI를 이용해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하면 발생한 손해의 최대 5배 배상 책임을 지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다. 표시광고법상 과징금 수준도 상향된다.
위법성 판단 기준도 명확히 한다. 공정위는 AI가 제품을 추천하는 광고에서 추천자가 ‘가상인간’임을 표시하지 않으면 부당한 표시광고로 간주하기로 했다. 식약처 역시 식품표시광고법 등을 개정해 AI가 생성한 가짜 의사 등 전문가가 식·의약품을 추천하는 것을 소비자 기만 광고로 규정하기로 했다.
AI 허위·과장 광고의 신속 차단 절차도 마련된다. 식·의약품·화장품·의약외품·의료기기 등 문제가 잦은 품목을 ‘서면 심의’ 대상으로 추가해 요청 후 24시간 내 심의가 이뤄지도록 한다. 또 국민 생명·재산 피해 우려가 큰 경우에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전에 곧바로 차단할 수 있는 ‘긴급 시정요청’ 제도를 도입한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