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거와 정책 이슈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온 한국 사회 중도층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에는 합격점(긍정평가 60%)을 줬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지지율 37%)과 정청래 대표(긍정평가 40%)에 대해서는 ‘경고’를 보내는 차별점을 보였다.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한 국민의힘(19%)과 장동혁 대표(23%)에 대한 중도층 지지는 바닥 수준이었다. 중도층의 89%는 심화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를 우려했고, 거대 양당이 몰두하고 있는 ‘강성 지지층 중심의 팬덤 정치’를 비판했다.
10일 국민일보가 창간 37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 민심은 극단을 경계하는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도층 62%는 12·3 비상계엄 청산을 위한 ‘2차 종합 특별검사’(특검)에 찬성했다. 전체 응답자의 지지(58%)보다 높다.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에도 48%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앞장서서 추진하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37%에 그쳤다. 완전한 비상계엄 종식과 개혁 이슈에는 찬성하지만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의 독단적 행태는 불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계엄에 대한 중도층의 부정적 인식은 국민의힘에 대한 평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도층 내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9%, 장 대표 리더십에 대한 긍정평가는 23%였다. 중도층 내 ‘지지 정당이 없다’(무응답 포함)고 한 비중은 35%나 됐다.
중도층 과반(52%)은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국가가 정상화됐다고 봤다. 반면 3대 특검에 대한 중도층 평가는 부정(43%)이 긍정(40%)보다 높았다. 특검 수사는 미진한 부분이 있으니 2차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하는 건 지지하지만 국가 전체를 계엄 청산 정국으로만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중도층 47%는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못했다고 답했다. 정부가 민감한 민생 문제를 신경써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도층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60%로 전체 응답자(59%)보다 소폭 높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여기는 응답자도 40%에 달했다. 무당층에서는 ‘여당 견제’ 응답이 49%로 ‘야당 견제’(26%)보다 23% 포인트나 높았다. 여당을 견제하고 싶은데, 마음 줄 대안 정당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도층은 우리 정치가 양극화되는 이유를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26%)와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21%)로 봤다. 막강한 기득권을 지닌 거대 양당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 채 극단의 목소리에만 끌려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진재 갤럽 여론수석은 “중도층 90% 가까이가 양극화를 우려했다. 어마어마한 수치”라며 “중도층 생각을 (정치인들이) 수용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진행됐다. 무선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대상자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은 10.5%였다.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이 적용됐다. 이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