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해킹 후 콜드월렛 비중 늘리는 업비트

입력 2025-12-11 00:29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10일 ‘콜드월렛’(코인을 인터넷에서 분리해 보관하는 지갑)에 코인 보관 비중을 기존 98%대에서 99%대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국민일보 확인 결과 업비트는 다른 주요 거래소와 달리 올해 콜드월렛 비중이 지난해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대 코인 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해 콜드월렛 비중이 98.5%였지만 올해는 이보다 0.2% 포인트 줄어든 98.3%를 기록했다.

거래소들은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로 보유 코인 중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핫월렛’은 자금 이동이 편리한 대신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보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업비트에서 발생한 445억원 규모 해킹도 핫월렛에서 발생했다. 전체 피해 금액 중 386억원은 고객 자산이었고 59억원은 업비트 자산이었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 콜드월렛 비중이 지난해 93.2%에서 올해 95.6%로 2.4% 포인트 증가했다. 코인원도 81.9%에서 83.4%로 1.5% 포인트 올랐다. 코빗은 지난해 83.8%에서 올해도 같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고팍스는 콜드월렛 비중을 지난해 84.3%에서 81.3%로 낮췄다.

업비트는 콜드월렛 비중을 낮춘 이유에 대한 본보 질의에 전날 “가상자산 가격 상승 및 신규 거래 지원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콜드월렛에서 핫월렛으로 자금 이동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수요 증가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 콜드월렛 비중을 낮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비트는 하루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콜드월렛 비중을 99%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올해 콜드월렛 비중을 줄인 업비트가 사고 이후 뒤늦게 비중 확대를 발표한 것은 관리·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정부도 최소 기준 충족에만 머물지 말고 대형 거래소의 보안 전략이 실효성 있게 유지되는지 상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