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특검의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특검은 ‘키맨’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으로부터 유의미한 추가 진술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국토부에 내려졌다는 해당 의혹 관련 ‘1호 지시사항’의 진위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 10월 이후 김 서기관으로부터 유의미한 추가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특검은 김 서기관으로부터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공무원이 전화해 ‘강상면 종점 안으로 대안 노선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었다. 그러나 김 서기관은 이후 특검 조사에서 “인수위로부터 지시·검토를 받은 것은 맞지만, 나도 기술적으로 평가해서 용역업체에 (강상면 안을) 지시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종점을 원안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 땅이 소재한 강상면으로 변경하면서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 서기관은 당시 국토부 내 고속도로 건설 담당 부서의 팀장으로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용역업체와 소통하던 실무자였다.
김 서기관의 진술이 모호해지면서 특검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특검은 김 서기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국토부 소속 인수위 파견 공무원인 김모 과장 등과의 연결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김 서기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봐도 강상면 안이 괜찮게 보였다”며 인수위와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최근 김 서기관과 김 과장의 대질조사에서도 유의미한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특검은 김 서기관의 진술 이외에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취임 직후 하달된 ‘1호 지시사항’ 의혹 규명에도 주력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검은 국토부 공무원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원희룡 장관이 취임한 직후 VIP 쪽에서 1호 지시사항으로 말도 안 되는 걸 시켰다. 도로 (관련 부서) 쪽”이라는 내용의 통화 녹취를 확보한 후 조사를 이어갔지만 윗선의 직접적 지시 여부를 규명하지는 못했다.
특검은 이날 해당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수사기한이 오는 28일인 것을 고려하면 결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사건을 인계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성과가 미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