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중국 vs 일본, 2010년과 2025년

입력 2025-12-11 00:40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이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을 부른 직후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일본 열도 최서단의 작은 섬 요나구니를 찾았다. 오키나와보다 대만이 더 가까운(110㎞) 이 섬에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 부대 배치를 선언했다.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총리의 발언을 방위상이 직접 뒷받침한 행보는 ‘중국이 난리를 쳐도 이번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수조치 두 달 만에 굴욕적 패배를 맛본 이후, 90%나 되던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려 조용히 공급망 재편 작업을 시작했다.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에 일본 정부가 직접 투자해 제휴를 맺고, 베트남 카자흐스탄과 공동 개발에 나서고, 국내에선 버려진 하드디스크 등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했다.

여기에 일본 최동단 미나미토리섬 일대 해저에서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까지 확인됐다. 내년부터 시험 채취에 나설 거라 한다. 이렇게 15년을 매달려 중국 의존도를 60%대로 낮추고, 중국 희토류가 끊겨도 몇 년은 버틸 만큼 쟁여놓은 데다, 희토류 부국이 될 기회까지 손에 쥐고 지금 중국과 한판 붙은 것이다.

그런데, 자신감이 엿보이던 일본에서 다시 당혹감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엔 미국 때문이다. 당연히 편 들어주리라 했던 동맹이 오히려 중국과 살가워졌다.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며 방중을 약속했고, 다카이치에겐 중국과 척지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미국의 이상한 기류에 주미대사를 통해 “강력한 공개 지지”를 요청했는데도 국무부 부대변인이 SNS에 미지근한 한 줄을 올렸을 뿐이다.

2010년 이후 15년간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할 힘을 키워온 일본이 마침내 그것을 써보려는 시점에 불편한 질문과 맞닥뜨렸다. ‘그런데, 미국은 정말 우리 편인가?’ 이 사태가 정리됐을 때 어쩌면 일본은 ‘미국의 배신’에 대비하는 조용한 작업을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