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성도가 직접 대관 상영회… 기독 영화 제작진을 응원하다

입력 2025-12-13 03:10
침체된 영화 시장 속에서 기독 영화의 안정적인 상영을 위해 교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신앙적 가치와 감동을 공유하기 위해 교회와 성도들이 대관 상영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왼쪽 사진부터 영화 마사이크로스, 힘, 무명 대관 상영회 장면. 각 제작사 제공

“대형 상업영화 사이에서 조금씩 상영관이 열릴 때마다 SNS에 무대 인사 소식을 알리면, 때로는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한 일본인 선교사님의 다짐인 ‘수치는 나에게, 영광은 하나님께’를 되새깁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상영관 앞 부스에서 직접 관객들에게 영화 ‘마사이크로스’ 티켓을 나누어주고 무대인사에 오른 배우 권오중은 기독영화 상영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권오중이 초대한 유명 강사 김미경, 개그맨 김기리 부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성경 모임이나 교회를 통해 온 이들도 있었다. 상영관은 영화 제작에 참여한 기독 NGO ‘함께하는 사랑밭’이 대관했다. 이성관 감독은 “교회와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가 기독영화 상영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며 “기독교 영화는 홍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소개해주시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독영화가 상업영화와 달리 상영관 확보와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교회와 성도들이 직접 나서 대관 상영회를 이어가며 제작진을 응원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마사이크로스는 권오중이 출석하는 온누리교회 마포 공동체에서 개봉 3일째인 23일 첫 대관 상영회를 진행했다. 200석 규모의 상영관을 빌려 주일예배 후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단편 기독영화 ‘야소’ ‘사랑이시라’ 등을 제작한 윤진 감독도 지난 4일 100명 규모의 상영관을 대관해 상영을 지원했다. 윤진 감독은 “문화 선교의 관점에서 기독영화를 관람하고 대관해 주는 것은 제작하는 이들에게 큰 격려가 된다”며 “주변에 기독문화를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이런 영화가 있다더라고 소개하는 것도 선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기독영화의 대관 상영은 작품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개봉한 무명은 지난 5개월여 동안 170여곳에서 대관 이벤트를 진행하며 누적 관객 7만명을 기록하며 기독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제작사 CGN은 미자립 교회와 해외 선교사를 위해 무료 상영 이벤트 ‘복음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으며, 영화 관람을 희망하는 교회의 신청을 받아 직접 찾아가는 상영회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CGN 관계자는 “대관과 상영회를 통해 기독영화의 감동과 은혜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개봉한 ‘힘’ 역시 초기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대관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경북 울진 등에서 50명 규모의 소규모 대관 상영을 진행했으며 교회와 학교, 선교단체 추가 상영도 예정돼 있다.

교회와 교계의 대관 릴레이에는 제작진을 응원하고 복음 전파를 돕는 명분이 담겨 있다. 동시에 상영작 감소와 운영난을 겪는 극장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11일 “다양한 콘텐츠 중 하나로 종교 영화가 자리 잡고, 관객들이 이를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극장에 찾아주시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극장은 기독영화 대관 시 상영에 앞서 기도 시간을 마련하는 등 순서를 배려하고 있다.

기독영화가 안정적으로 상영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소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재투자, 새로운 작품 제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기독영화 제작사인 파이오니아21의 김상철 감독은 “자본력을 갖춘 상업영화와 비교하는 문화 소비자들의 마음도 이해되지만,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복음의 메시지가 선명한 기독영화가 가진 신앙적 유익을 떠올려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독영화 상영관인 필름포럼 나요한 대표는 “잘 만들어진 기독영화는 복음의 가치와 신앙의 감동을 가장 효과적이고 다채롭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기독영화에 대한 홍보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목회자들이 기독영화 정보를 전달받아 설교 등 메시지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사가 영상 패키지를 제공하고, 주보에 영화 해설과 시간표를 공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나 대표는 “더 좋은 기독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일정 부분 교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영화 배급사인 커넥트픽처스 남기웅 대표도 “수십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업영화에 비교하면 만듦새가 부족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과 내용에는 탁월함이 있다”며 “감동과 은혜를 전하는 기독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면서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기독문화를 소비하며, 또 유능한 창작자들이 의지를 잃지 않고 유입되는 기독문화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