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경제 관련 연설을 했다. 생활비 부담 등에 관한 유권자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 성과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행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30여분 동안 불법 이민 단속,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비난 등 장광설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포코노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취임 이후 펜실베이니아에 거의 6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펜실베이니아 주민 4만명 이상이 푸드스탬프(저소득층 식료품 구매 지원)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덕분에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공장이 가득 차고 있다. 다른 철강 회사들도 펜실베이니아로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물가가 바이든 행정부 탓이라는 기존 주장도 이어갔다. 트럼프는 “그들이 여러분에게 역사상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안겼다”며 “우리는 그 물가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경제 관련 차트도 소개했는데 ‘바이든 가격 인상, 트럼프 가격 인하’라고 적힌 차트도 있었다.
경제 정책 홍보가 주목적인 행사였지만 트럼프는 원고를 벗어나 즉흥적으로 각종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한동안 연설을 하지 않았다”며 “수개월 만에 워싱턴 밖에서 하는 첫 연설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국경 단속 이야기를 꺼내며 북한의 국경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국경이 더 강력한 나라가 한 곳 있다.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은 일곱 겹의 철조망 벽을 갖고 있다. 각각의 벽에는 100만 볼트의 전류가 흐른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개를 넘으면 다음 장벽에서 죽을 것”이라며 “북한이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가진 나라”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자신의 연설이 즉흥적이라며 “나는 이 멍청한 프롬프터에 있는 건 거의 읽지도 않았다. 내 연설문 작성자들은 훌륭한 연설로 상을 계속 받고 있다. 그런데 난 그 연설문들을 읽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경제 연설이라고 홍보한 연설에서 트럼프는 풍차, 트랜스젠더, 중동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며 이민자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앞서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점수를 매겨 달라는 말에 “A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 플러스”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취임했을 때 물가가 사상 최고였다. 완전히 엉망인 상태를 물려받았다”며 “지금은 물가가 상당히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과 생활비를 낮췄다는 홍보 자료도 발표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무책임함으로 물려받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재앙을 역전시키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휘발유 가격 급락과 실질임금 인상 등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