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첫눈과 서울시장 선거

입력 2025-12-11 00:32

지난주 목요일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그런데 시민들은 첫눈이 주는 설렘은커녕 쌓인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퇴근길 큰 혼란을 겪었다.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북부간선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되는 등 도로가 마비됐고, 빙판길 사고와 차량 고장이 잇따랐다. 평소 30분이면 이동하던 거리가 2시간 이상 걸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의도에서 올림픽대로를 통과하는 데 5시간이 걸려 밤 12시에 집에 도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폭설은 기상청이 이전과 달리 사전에 적설량과 시점을 명확히 예보한 상황이었다. 예측하지 못한 기상이변이 아니었던 만큼 제설 대응이 늦은 서울시와 자치구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셌다.

이런 가운데 성동구의 제설 대응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성동구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SNS를 통해 제설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주민과 실시간 소통 체계를 가동하며 현장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조치하는 방식을 취했다. 또한 지난달 말부터 관내 도로 총 57개소, 약 10.22㎞에 도로 열선을 운영하면서 제설제 살포와 병행해 빙판 구간을 최소화했다. 이렇게 사전에 준비한 열선 운영 계획과 장비 확보가 효과를 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제설 대응 과정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자신의 SNS를 통해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제가 성남시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의 유일한 3선인 정 구청장은 여러 정책 실험을 추진해온 인물이다. 2023년에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필수노동자 임금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조사 결과를 반영해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연 20만원, 마을버스 기사에게 월 30만원의 필수노동수당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 말부터는 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자동육아휴직제도 시행했다. 출산휴가 종료 후 별도 신청 없이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서울 자치구 중 최초였다.

이처럼 폭설 대응과 정책 실험 경험 등이 누적되면서 정 구청장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권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전 서울시장 선거는 양 진영, 극단으로 나뉘어 사생결단의 혈투가 펼쳐졌다. 이 때문에 선거전에선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격렬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지금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강버스, 종묘·세운상가, 광화문광장 조형물 설치 등을 놓고 여권과 오세훈 서울시장 간 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감정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무총리까지 이 싸움에 가세한 모습이다.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에선 시정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보다 다선 의원이나 중량급 인물들이 더 부각돼 후보가 됐다. 하지만 정 구청장이 여권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과정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다. 선거전에서 이전과 다른 건설적 토론도 기대된다. 이렇다 보니 잠재적 경쟁자인 오 시장도 정 구청장에 대해 “식견에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다. 일찌감치 일하는 능력을 높이 봤다”고 언급했다.

정 구청장이 실제 여권의 서울시장 최종 후보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극한의 네거티브나 상대방 깎아내리기 없이 이렇게 후보의 정책과 비전, 행정력을 놓고 여야가 맞대결을 펼쳤으면 한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