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비 제도 내년 1월부터 폐지… 자식 연 끊겨도 의료급여 받는다

입력 2025-12-10 02:20
기사와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연합뉴스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한 저소득 노인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길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9일 2025년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1월부터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중위소득 40% 이하 저소득층에게 의료비를 거의 전액 보조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부양은커녕 연락이 되지 않는 자녀 등 가족이 있으면 부양받는다고 간주했다. 이 때문에 소득기준을 넘어 의료급여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소득이 67만원인 노인에게 연락이 끊긴 아들이 있는 경우 아들 소득기준의 10%가 36만원이면 노인의 총소득이 103만원으로 간주됐다. 이 경우 1인 가구 의료급여 선정 소득기준인 102만5000원을 넘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실제 소득 67만원만 반영되므로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 정부는 이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지 26년 만에 폐지했다.

위원회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과다한 외래진료를 관리하기 위해 본인부담 차등제도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한 진료에 대해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산정특례 등록자, 중증장애인, 아동, 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은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날 복지부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4차 회의를 열고 비급여인 도수치료와 방사선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성형술 등 3개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선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관리급여란 적정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행위를 예비적 성격의 건보 항목으로 선정해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관리급여로 선정되면 현재 100% 본인 부담인 도수치료 등에 건강보험이 5%를 부담하므로 본인부담률은 95%로 낮아진다. 다만 그동안 비급여로 실손보험 보장을 많이 받을 수 있던 것이 급여로 전환되면서 보상 정도가 줄어든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 가격이 정해지면 전체적인 가격은 낮아지고 실손보험은 덜 보상하도록 설계됨으로써 국민 부담은 줄고 실손 누수도 줄일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해당 3개 항목은 적합성평가위원회와 전문평가위원회 평가 후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과 가격이 최종 결정된다.

의사단체는 반기를 들었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건강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잘못된 정책 결정”이라며 “헌법소원 제기 등 모든 가용한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