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한 저소득 노인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길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9일 2025년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1월부터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중위소득 40% 이하 저소득층에게 의료비를 거의 전액 보조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부양은커녕 연락이 되지 않는 자녀 등 가족이 있으면 부양받는다고 간주했다. 이 때문에 소득기준을 넘어 의료급여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소득이 67만원인 노인에게 연락이 끊긴 아들이 있는 경우 아들 소득기준의 10%가 36만원이면 노인의 총소득이 103만원으로 간주됐다. 이 경우 1인 가구 의료급여 선정 소득기준인 102만5000원을 넘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실제 소득 67만원만 반영되므로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 정부는 이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지 26년 만에 폐지했다.
위원회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과다한 외래진료를 관리하기 위해 본인부담 차등제도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한 진료에 대해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산정특례 등록자, 중증장애인, 아동, 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은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날 복지부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4차 회의를 열고 비급여인 도수치료와 방사선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성형술 등 3개 의료행위를 관리급여로 선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관리급여란 적정 의료 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행위를 예비적 성격의 건보 항목으로 선정해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관리급여로 선정되면 현재 100% 본인 부담인 도수치료 등에 건강보험이 5%를 부담하므로 본인부담률은 95%로 낮아진다. 다만 그동안 비급여로 실손보험 보장을 많이 받을 수 있던 것이 급여로 전환되면서 보상 정도가 줄어든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 가격이 정해지면 전체적인 가격은 낮아지고 실손보험은 덜 보상하도록 설계됨으로써 국민 부담은 줄고 실손 누수도 줄일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해당 3개 항목은 적합성평가위원회와 전문평가위원회 평가 후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과 가격이 최종 결정된다.
의사단체는 반기를 들었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건강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잘못된 정책 결정”이라며 “헌법소원 제기 등 모든 가용한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