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과 통화하면서 계엄의 자발적 조기 해제를 약속하고 계엄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추 의원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반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협조했다고 판단했다.
9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추 의원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22분 추 의원과의 2분5초간 통화에서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때문에 헌정질서와 국정이 마비돼 계엄을 선포했다”며 “오래 안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 내가 이제 잘하겠다”고 말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또 추 의원에게 계엄의 자발적 조기 해제를 약속하면서 계엄에 협력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에 추 의원은 계엄 선포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명하는 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군·경 등의 국회의원 출입 통제 등 국회 봉쇄의 부당성을 지적하거나 철수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협조 요청 취지를 따라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동조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계엄 선포 동기 중 하나로 꼽히는 윤 전 대통령의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한 불만에 추 의원도 공감하고 있던 정황을 공소장에 적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1월 4일 야권의 정치 공세 등을 이유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나고 다음 날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북한 김정은 정권이 중요 현안마다 한 세트로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군 파병을 두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전쟁 획책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14일 수사기한이 종료되는 특검은 조은석 특검이 직접 나서서 브리핑을 열고 그간의 수사 성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사기한까지 마무리되지 못한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