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극화, 보수 ‘언론 편파보도’·진보 ‘편향적 유튜브’ 탓

입력 2025-12-10 02:04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돼 있다는 인식은 보수·진보·중도 모두에서 80%를 상회하며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공유됐다. 그러나 원인 진단은 각 진영에 따라 엇갈렸다. 보수는 ‘언론의 편파보도’를, 진보는 ‘편향적 유튜브’를, 중도는 ‘강성 지지층’을 정치 양극화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는 정치 양극화 원인으로 ‘기성 언론의 편파보도’(27%)를 가장 많이 꼽았다.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19%), 강성 지지층 중심의 팬덤 정치(15%)가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지지 응답자의 28%도 편파보도를 양극화 원인으로 꼽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과 조기 대선, 3대 특검 가동 등 보수 진영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이슈가 연이어 언론 보도의 중심에 놓인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권에 따라 주요 방송사 지배구조가 바뀌며 친정부 성향을 띤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진보 성향 응답자는 양극화 원인으로 ‘유튜브·소셜미디어(SNS)·커뮤니티 등의 정치 편향성’(27%)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언론의 편파보도(22%), 강성 지지층 중심의 팬덤 정치(19%)가 뒤를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 응답자도 유튜브 등의 편향성(25%)을 양극화 원인 1순위로 꼽았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진보 진영은 기성 언론은 정상화됐다고 볼 것이고, 남은 것은 유튜브니 상대 진영 유튜브가 문제로 보일 것”이라며 “결국 자기 진영에 갇혀 상대의 흠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결국 언론의 편파보도나 편향적 유튜버나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며 “정치 양극화를 장사하는 극단의 유튜버가 있고, 이게 돈벌이가 된다는 게 확인되면서 기성 언론이 유튜브 전략을 따라하거나 유튜버를 직접 데려다 쓰며 정치 편향성이 증폭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중도 성향 응답자는 정치 양극화 원인으로 ‘강성 지지층 중심의 팬덤 정치’(2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21%), 언론의 편파보도(20%)가 뒤를 이었다. 중도 응답자는 해결책으로 ‘언론·유튜브 등 미디어 편향성 해소를 위한 규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26%). 허진재 한국갤럽 여론수석은 “중도층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접하는 목소리는 항상 양쪽 끝”이라며 “양쪽 극단 목소리에 거대 양당 지도부가 끌려다닌다는 얘기를 거듭 접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성 지지층 중심 팬덤정치, 언론의 편파보도는 보수·진보·중도 응답자 공통으로 3순위 안에 포함됐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결된 문제로 보인다. 양쪽 정당에 강한 선호를 보이는 지지층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있고, 그것이 유튜브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증폭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진행됐다. 무선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대상자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은 10.5%였다.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이 적용됐다. 이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형민 성윤수 한웅희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