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한 검·경이 핵심 쟁점이었던 세관 직원 연루 및 경찰청·관세청의 외압 행사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을 집중 제기했던 백해룡(사진) 경정의 주장이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세관 직원의 마약밀수 범행 관여 여부, 경찰청·관세청 지휘부의 직권남용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세관 직원들은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 밀수범들과 공모해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게 하는 방법으로 필로폰 약 24㎏을 밀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합수단은 밀수범들의 편지와 진술을 종합해 세관 직원들이 마약밀수 범행을 도운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초기 밀수범들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합수단 조사 과정에서 밀수범 전원이 세관의 도움은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인천공항 조사에서는 밀수범들 사이에서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지금은 그게 중요해” 등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합수단은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의 위법 행위나 대통령실의 개입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합수단은 백 경정이 제시한 통화녹음 내용을 근거로 피의자가 실제 ‘용산’ 관련 발언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 경정은 당시 영등포서장이 브리핑 연기 지시를 하면서 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합수단 수사 결과에 백 경정은 강력 반발했다. 백 경정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날 오후 관세청 3곳(인천공항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과 검찰청 3곳(인천지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6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과거 마약수사 검사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가 넘친다. 그것을 외면한 검사들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조차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백 경정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며 “수사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파견 기간이 남았다 해도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중간 수사 발표는 합수단 출범 182일 만이다.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경찰판’ 채 상병 사건으로 불리며 논란이 커지자 대검은 지난 6월 10일 합동수사팀을 발족했다. 지난 9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동부지검장에게 백 경정을 수사팀에 합류시키라는 이례적 지시를 내렸다. 이후 임 지검장과 백 경정은 서로를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합수단이 중간 수사 상황을 전격 공개한 것도 백 경정의 일방적 의혹 제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통령실 및 김건희 일가 관련 마약밀수 의혹, 검찰 수사 무마·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