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사 중심의 ‘TBC 성서연구’가 한국교회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교재를 발행한 TBC 성서연구원(이사장 홍성국·원장 김정두 목사)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2025 기독교브랜드 대상’ 교육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성경 본문을 균형 있게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TBC 교재가 한국교회의 성경 교육 현장에서 꾸준한 신뢰를 쌓아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일 경기도 안양 연구원에서 만난 이사장 홍성국 목사는 “지난 10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성경공부 교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내년부터는 연구 및 행정을 위한 전담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파송되면서 기관의 공신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소개했다.
TBC(Total Bible Curriculum·총체적 성서연구)의 역사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준관 박사와 한국 교계를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모여 ‘한국교회에 최적화된 성경 연구 교재’의 필요성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30여 년 동안 교재가 꾸준히 다듬어지며 성경 교육의 표준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5000여개 교회가 이 교재를 접했을 만큼 폭넓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TBC 교재의 특징은 ‘텍스트 콘텍스트 프리텍스트’의 삼중 구조다. 첫째 ‘텍스트(Text)’는 성경 본문 자체를 정독하는 데서 출발한다. TBC는 통독이 아닌 정독(精讀·reading attentively)을 강조한다. 과정에 참여한 성도들은 “평생 성경을 읽었지만 처음으로 본문을 제대로 읽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이날 동석한 원장 김정두 목사는 “다른 성경공부 교재가 주제를 정하고 본문을 끌어다 설명하는 방식이라면, TBC는 성경이 말하게 하고 그 의미를 성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초교파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이유”라고 덧붙였다. 교재 자체에 해석자의 특정 신학 관점이 깊이 들어가 있지 않고 오직 성경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둘째 ‘콘텍스트(Context)’는 본문이 기록된 역사·문화·상황을 함께 연구하는 과정이다. 성경 본문의 많은 오해는 이 배경을 생략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당시 정치 상황, 사회 구조, 언어적 관습 등을 이해하면 본문이 지닌 깊이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TBC 교재는 성경 각 권의 구조, 역사적 흐름, 문학적 관점 등을 반영해 성도들이 본문의 의도를 바르게 파악하도록 돕는다.
셋째 ‘프리텍스트(Pre-text)’는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넘어 지금도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도록 이끄는 단계다. 이는 단순한 역사 탐구나 정보 전달에 머물지 않고 “오늘 하나님이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신앙적 성찰을 강조한다.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TBC 교재는 총 5권으로 구성돼 있다. 구약 3권, 신약 2권이며 목회자용과 성도용을 따로 제작해 교회 현장의 실제 필요를 세심하게 고려했다. 모임을 인도하는 목회자와 함께 성도들이 매주 한 강씩 공부할 경우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120강의 커리큘럼을 소화하게 돼 있다.
구원사를 핵심축으로 삼고 하나님이 역사를 통해 어떻게 구원의 완성을 이뤄가시는지 탐구하게 함으로써, 성도들이 신앙 고백의 뿌리를 탄탄히 세우도록 돕는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구원받은 백성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이어지는 실천적 신앙 형성이 가능한 교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TBC 교재가 최근 더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교단 차원의 공식 협력을 얻게 됐다는 점이다. 기장은 ‘기도운동’에 이어 ‘말씀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성경공부 과정을 준비하던 중에 TBC 성서연구원과의 협력을 선택했다.
TBC 성서연구원은 기장 측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존에 준비 중이던 4판 교재에 교회사와 기장 교단의 교육 과정을 추가한 교재를 개발 중이다. 내년 1월 13일에는 전국 목회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세미나를 열어 성경공부 커리큘럼을 공식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도 주목된다. TBC 성서연구원은 초교파적 교재 보급을 위해 권역별·지역별 전국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학생을 위한 과정과 해외 선교지 대상 강의와 번역된 교재의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음세대를 위한 TBC 기반 어린이 청소년 교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무국장 문석영 목사는 “내년에 첫 교재가 출간되면 TBC의 구원사적 관점이 다음세대 신앙 교육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TBC 성서연구는 단순히 한 교재의 성공을 넘어 성경 읽기와 성경의 바른 해석과 적용을 한국교회에 확대하는 운동에 가깝다. 구원사라는 굵은 흐름 안에서 성경을 통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이 교재는 정보 중심이나 주제 중심으로 흩어진 기존 성경공부의 한계를 넘어 ‘말씀 중심으로 성도를 다시 일으키려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tbcbible.org).
안양=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