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發 ‘대입 모순’ 논란… 학폭은 꼬리표, 소년범은 면죄부

입력 2025-12-10 02:39
국민일보DB

현행 대학입시 제도는 학교 밖에서 어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렀어도 법적 처벌을 받았으면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마약을 팔았어도 성범죄를 저질렀어도 마찬가지다. 반면 학폭 가해 전력자는 대학 진학 때 불이익을 받는다. 배우 조진웅씨의 10대 시기 중범죄 논란을 계기로 대입 이중 잣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입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은 학폭 기록을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교육부는 2023년 2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통해 2026학년도부터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학폭 기록을 반영토록 의무화했다. 지난해까지는 권고사항이었지만 교육부 방침에 따라 대학들이 학폭 연루자를 대거 탈락시켰다. 61개 대학이 수험생 397명의 학폭 조치사항을 검토해 75%인 298명을 불합격시켰다.

학폭 가해자가 학생기록부가 반영되지 않는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된 계기는 ‘정순신 사태’였다. 지난 정부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 가해자였지만 정시로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었다.

당시에도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받게 되는 소년법의 보호처분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의 가해학생 처분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다. 보호처분은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 위탁’하는 1호 처분에서 가장 무거운 ‘장기 소년원 송치’ 10호 처분이 있다. 학폭에서는 가장 가벼운 1호 서면사과부터 가장 강한 9호 퇴학 처분이 있다.

소년법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대원칙이다. 보호처분이 완료되면 범죄 전과로 기록되지 않고 학생부에도 남지 않아 대입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하지만 학폭의 경우 대다수 대학에서 가장 가벼운 서면사과에도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학교 밖에선 주먹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해도 대입에서 불이익이 없지만 학교 안에서는 진학의 꿈을 접어야 하는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가 여론에 떠밀려 ‘땜질식 대응’을 남발해 왔다. 2023년 학폭 대책 발표 당시 정순신 사태와 학폭 가해자에 대한 복수극 ‘더 글로리’ 열풍 등으로 학폭에 대한 엄벌 요구가 거셌다. 교육부는 소년법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무시하고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학폭법의 관할은 교육부, 소년법의 경우 법무부여서 부처 간 불통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학폭 전문 변호사는 “학폭이 정시에 영향을 준다면 선고유예 이상 판결도 정시에 반영하는 게 맞는다”며 “학폭은 법무부, 행정안전부, 법원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교육부가 단독으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만 해 체계가 덜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