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주, 16세 미만 SNS 차단… 우리도 보호막이 필요하다

입력 2025-12-10 01:20
호주 온라인 규제 기관 e세이프티의 정책 안내 포스터. 12월 10일부터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유하려면 16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e세이프티 홈페이지 캡처

오늘부터 호주가 16세 미만 이용자의 소셜미디어(SNS) 차단에 들어간 것은 SNS가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스페인이 비슷한 법을 만들어 시행을 앞두고 있고, 덴마크와 뉴질랜드도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왔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SNS가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호주의 조치는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 차단을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SNS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학교에서의 사용 금지 등 SNS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는 있었지만 특정 연령대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은 것은 호주가 세계 최초다. 비슷한 움직임은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데 장시간 스마트폰·SNS 이용에 따른 아동·청소년의 직·간접적 피해를 보여주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SNS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지난 3일 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20대 1명과 10대 3명이 사망한 사건 역시 시작은 SNS 오픈채팅이었다. 지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1187건 중 960건이 채팅 앱과 SNS에서 발생했다. 심지어 많은 10대가 SNS를 통해 사이버 폭력·성범죄의 가해자가 되고 있지만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각 플랫폼에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SNS 등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일률적인 규제는 인권 침해라는 의견도 있고, 전면적 SNS 금지가 되레 안전하지 않은 온라인 공간의 활성화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막은 마련해야 한다. SNS가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심층적인 연구도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