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가 타협과 양보보다는 갈등을 벌이고 대립할 때가 많았지만 요즘처럼 여야가 사사건건 엇나가기만 하는 경우도 드문 듯하다. 그런 경향은 지난해 12·3 계엄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집권세력은 제1야당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해 범죄 집단처럼 취급하고, 제1야당은 그런 여권을 독재 정권이라며 취임한 지 6개월 된 대통령에게 퇴진하라고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내전’ 상태인 셈이다.
이런 시각은 일반 국민들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일보가 창간 37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86%가 ‘우리 정치가 양극화 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70%는 ‘매우 양극화 돼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이들은 9%에 불과했다. 정치 양극화에 대한 시각은 보수층(84%) 진보층(91%) 중도층(89%) 등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었다. 대부분의 국민이 이를 우려하고 있고,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에 다들 지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상태를 타개하려면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통합의 정치로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할 때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초심을 새겨 더 적극적으로 야당에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 여당도 야당 해체 주장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의힘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일부 강성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입법 독주도 중단해야 한다. 여권이 그러는 배경에는 야당이 여전히 계엄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걸 국민의힘 지도부도 알 것이다. 하루속히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옹호 세력 등과 결별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 정치 양극화 요인으로 강성 지지층 중심의 팬덤 정치, 유튜브 등의 정치 편향성, 언론의 편파 보도 등이 많이 꼽혔는데 역으로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멀리해야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이 강성층만 바라보고 정치를 할 게 아니라 국민 다수의 민심을 헤아리고, 갈등과 적대를 부추기는 유튜브에도 출연을 삼가야 한다. 그런 콘텐츠는 국민들도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언론이 편가르기성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게 다같이 달라져야 우리 정치가 4류라는 혹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