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6%가 우리 정치가 양극화돼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 지지 정당,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두 80% 이상 높은 응답이 나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지나는 동안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후유증을 극복하고 국가가 정상화됐는가에 대한 평가도 나뉘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특검 수사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근거로 국가가 정상화됐다는 인식이 강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 등을 근거로 국가가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우세했다.
국민일보가 9일 창간 37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서 ‘우리 정치가 양극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6%가 ‘그렇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 70%, ‘어느 정도 그렇다’ 15%였다. ‘그렇지 않다’는 9%뿐이었다.
정치 양극화에 대한 인식은 이념과 세대, 지역,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보수 성향 응답자의 84%, 진보 성향 응답자의 91%, 중도 성향 응답자의 89%가 정치 양극화에 동의했다. 70세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에서 90%에 육박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여론수석은 “국민 대다수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이후 국가가 정상화됐다고 보는지’ 묻는 항목에서 긍정 답변자와 부정 답변자는 각각 48%로 대등했다.
지지 정당과 이념 성향에 따라 국가 정상화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였다. 민주당 지지자의 63%는 긍정 답변을, 34%는 부정 답변을 내놨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70%가 부정적이었고, 긍정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특검 수사 및 재판 진행(13%), 국정운영 안정(11%), 외교 성과(10%) 순으로 국가 정상화 이유를 꼽았다. ‘국가가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답한 민주당 지지층은 내란 종식 안됨(49%), 경제 불안정(6%), 사법부 오작동(5%)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국가 정상화가 됐다고 답한 국민의힘 지지층은 사회 안정(11%), 특별한 문제 없음(7%), 국정 안정화(6%) 등 순으로 이유를 지목했다. 부정 답변의 이유로는 거대 여당의 입법 독재(10%), 경제 불안정(9%), 정부 국정운영 문제(8%) 등을 꼽았다.
허 여론수석은 “민주당 지지층은 계엄 해제와 정권교체를 통해 어느 정도 국가가 정상화됐다고 판단하는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현 정부가 전 정부를 지나치게 몰아세우고 사법체계를 뒤흔든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상계엄과 해제, 대통령 선거라는 동일한 과정을 거치고도 지지 정당과 이념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진행됐다. 무선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대상자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은 10.5%였다.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이 적용됐다. 이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