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북 경주는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빛났다. 삼국통일 이후 최대 외교행사로 평가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완벽히 치러내며 세계 외교·경제무대에 올랐고, 미래산업·관광·정주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전환의 원년을 열었다. 경주시는 2025년은 경주가 국내를 넘어 세계 속 도시로 자리 잡은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APEC으로 증명한 글로벌 도시 역량
지난 10월 경주는 기초지자체 최초로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해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는 모범적 운영으로 호평받았다.
지방도시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인 무대였다. 유치 선언 직후 146만명의 서명운동과 정부·지자체의 300일간 준비가 완벽한 개최로 이어졌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2만여명의 인사들이 경주를 찾아 ‘한국의 멋과 정신이 살아 있는 도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APEC CEO 서밋에서는 9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고, 미국 중국 정상의 국빈 방문으로 국제사회가 경주를 재조명했다. 또 신라 금관 6점의 최초 동시 전시와 세계유산 방문 프로그램은 K-헤리티지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관광지 역시 전례 없는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기준 경주 외지인 방문객 수는 4632만4821명으로 전년(4363만834명) 대비 증가했다. 외국인 방문객은 129만7586명으로 지난해 111만467명에서 크게 늘었다.
황리단길·대릉원 일대는 853만9265명이 찾으며 전년(725만7576명)보다 17.7% 증가했고, 동궁과월지는 10월 말 기준 129만1011명이 방문했다.
APEC을 계기로 경주는 도시 전역의 리뉴얼도 완성했다. 보문단지 숙박·경관 개선, 시가지 간판·야간경관 정비, 41.6㎞ 도심도로 정비 등이 도시 전반의 체감 품격을 끌어올렸다.
포스트 APEC 10대 프로젝트 가동
경주시는 APEC 성공을 도시 성장의 장기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포스트 APEC 10대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 중이다. 세계경주포럼 정례화와 함께 APEC 문화의 전당, 퓨처 스퀘어, 보문단지 리노베이션, 21개국 상징정원 조성 등을 통해 국제회의·문화·기술이 융합된 미래도시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또 신라평화통일정원과 남부권 통일미래센터 조성 사업이 더해지면서 삼국통일의 역사성에 APEC의 평화 메시지를 접목한 ‘경주형 레거시’를 구축하고 있다.
미래 신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e-모빌리티 연구단지 3대 R&D 시설 완공, SMR 국가산단·문무대왕과학연구소·중수로 해체기술원 조성, 세계 최대 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착공은 경주의 미래 먹거리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도시·농어촌 전 영역 정주환경 혁신
농촌협약·농촌공간정비·신농업혁신타운 운영으로 농촌의 정주 여건이 향상됐고, 감포항을 포함한 12개 어항 중 10개 어항이 리뉴얼되며 해양관광 경쟁력도 강화됐다.
도심에서는 동부사적지 환승주차장 준공, 보행자 친화거리 조성, 흥무로 개설·칠평로 확포장 등 핵심 도로망이 확충되며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황성공원 재정비, 동천~황성 천년숲길 조성, 형산강 하천환경정비 등 녹색 인프라 확충은 시민 체감 만족도를 견인하고 있다.
복지·생활SOC 분야에서는 복합도서관 국제공모, 장애인가족 힐링센터, 고령자 복지주택, 외국인 도움센터 등 생활밀착형 인프라가 확대됐으며, 출생·보육·교육·교통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맞춤형 정책도 강화됐다.
“세계포럼·신산업 생태계 구축… 경주 100년을 좌우할 과제”
주낙영 경주시장
주낙영 경주시장
주낙영(사진) 경북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경주도 국가적 외교행사를 충분히 소화할 역량을 갖춘 도시임을 증명했다”며 “도시 변화가 일시적 결과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실질적 변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외교행사를 넘어 도시 전체의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였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국제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경주시는 APEC의 성공적인 개최라는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미래발전 동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포스트 APEC 본부’를 신설하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구체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주 시장은 포스트 APEC 10대 프로젝트와 관련해 “APEC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겠다”며 “세계경주포럼, APEC 문화의 전당, 퓨처 스퀘어는 경주를 국제 담론의 중심 도시로 만드는 장기 전략이고, 보문단지 리노베이션과 21개국 상징정원은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 경쟁력 강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광·산업·정주환경 등 분야별 변화의 우선순위에 대해 “관광은 경주의 전통적 강점이지만, 이를 미래산업과 접목해 도시 전체의 성장 동력으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SMR·수소연료전지 등 신산업 생태계 구축은 경주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전략 과제”라고 말했다.
주 시장은 “APEC의 성공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며 “앞으로도 경주가 더 큰 국제무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