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신앙·사회적 책임 함께 실천… 창조적 리더 키워내

입력 2025-12-10 03:08
백종만 YPP 회장이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YPP아르센타워 지하에 마련된 ‘데이빗 홀’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엔지니어를 빼앗기지 않으려던 고민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교육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43년 경력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 YPP(회장 백종만)가 일군 역발상의 결실이다. 기술력과 신앙, 사회적 책임을 함께 실천해 온 YPP는 국민일보 선정 ‘2025 기독교브랜드 대상’ 리딩 부문을 수상했다.

YPP는 2008년부터 ‘YPP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전력 계통 전문가 양성에 힘써왔다. 현재 진행 중인 PSAC(Power System Advanced Course)와 릴레이스쿨(Relay School) 두 교육 과정에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부터 삼성 현대 SK 등 국내 대기업 엔지니어들이 참여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엔 현지 수석 엔지니어 5명이 2주간 교육을 받았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필리핀 대만 등 해외 전력 기관 전문가들도 이곳을 찾는다. 지금까지 약 4000여명의 국내외 에너지 엔지니어가 이 과정을 수료했다.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YPP 본사에서 만난 백종만(75) 회장은 이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YPP에서 훈련시킨 엔지니어들을 대기업에서 자꾸 빼갔어요. 아무리 막아도 안 되더라고요.” 그는 발상을 뒤집었다. “차라리 우리 엔지니어를 빼가려는 대기업 직원들을 모셔다 훈련시키면 국가적으로도 유익이 되겠다 싶었죠.”

처음엔 냉소적인 시선도 있었다. “대기업도 아닌 YPP가 무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냐”며 비아냥거리는 기업들도 있었다. 한데 백 회장은 이런 지적에 주눅 들기보다 강사진을 탄탄하게 꾸리는 데 더 많은 공을 기울였다. 그는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한 이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강의 수준을 추구했다.

YPP 아카데미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진과 국내 대기업 최고기술관리자(CTO)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수석 엔지니어 등이 강사로 참여한다. 백 회장은 “PSAC와 릴레이스쿨은 상표 등록까지 마친 국제적 교육 브랜드”라며 “이 교육 과정을 특수대학원으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YPP의 사회 기여는 기술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본사 지하에 완공된 150석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데이빗 홀’에선 GCLP(Global Creative Leadership Program)가 진행 중이다.백 회장은 “처음엔 ‘Global Christian Leadership Program’으로 시작했으나, 크리스천에 국한되지 않고 창조적 리더를 키워내는 방향으로 교육 목표를 확장했다”며 “GCLP는 시대에 필요한 영성과 야성을 겸비한 리더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통일 한국을 이끌어갈 바르게 훈련된 인재들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하버드대(정치·비즈니스) MIT(기술) 웨스트민스터대(영성) 등 3개 대학과 협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데이빗 홀에선 매월 YPP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정기 예배도 열린다. 백 회장은 “예배 공간, 아카데미 교육 공간, 콘서트홀 세 가지 용도로 설계했다”며 “신앙과 일터가 하나 되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백 회장은 가산디지털단지 기업연합회 회장으로서 1만2500여 회원사 대표들에게 기독교적 리더십과 윤리경영 문화를 전하는 일도 맡고 있다. 그는 “내가 만나는 젊은 기업인들에게 주로 인생에서 지나온 역경을 이야기해준다”며 “인생을 돌아보면 걸음걸음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일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의 간증을 듣고 변화된 이들이 있다. 주요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인 한 지인은 백 회장과 점심을 함께하며 나눈 대화에 감동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훗날 일본 지점 근무 중 신학 공부를 병행해 목사가 됐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교회를 개척해 사역도 하고 있다.

백 회장에게 신앙은 말이 아닌 삶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그가 이끄는 YPP의 경영 철학도 마찬가지다. “ESG는 곧 기독교 삶의 실천”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백 회장은 “하나님이 세우신 기업으로서 창조세계를 돌보고 이웃과 나누는 일은 YPP의 본질적 사명”이라며 “ESG라는 용어가 알려지기 전부터 YPP는 환경 보호, 공정한 경영, 나눔과 섬김을 기업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왔다”고 강조했다.

YPP는 4년 연속 ESG 우수기업 인증을 받았고, 여성가족부 인증 가족친화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이밖에 YPP는 지난 9월엔 ‘2025 중소기업 기술·경영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2022년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그리고 거의 매년 GE로부터 최우수 파트너상을 받고 있다.

백 회장이 그리는 YPP의 미래는 명확하다. 하나님 나라와 대한민국을 위해 쓰임 받는 기업이다. 그는 “PSAC 릴레이스쿨 GCLP 모두 그 일의 일부”라며 “일흔이 넘었지만, 하나님께 쓰임 받는 데엔 끝이 없다. 다음세대 인재를 기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산더미”라고 말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