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로또’ 잡아라… 소행성 채굴 경쟁

입력 2025-12-10 02:54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23년 발사한 우주탐사선 ‘프시케’의 목적지인 소행성 ‘16 프시케’ 일러스트. 이 행성은 철·니켈·금 등 고가의 광물로 뒤덮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가 추산한 16 프시케의 경제적 가치는 1000경 달러에 달한다. NASA 제공

현재 국제천문연맹(IAU) 소행성센터에 등록된 소행성의 개수는 약 148만개. 이 중 값비싸고 희귀한 광물로 이루어진, 일명 ‘로또 소행성’을 찾으려는 국가와 민간 기업의 우주 탐험이 본격화하고 있다. 소행성 채굴은 미국의 과학자 브라이언 오리어리 박사가 1977년 사이언스지에 최초로 기고한 개념이다. 당시에는 막연한 꿈 같은 얘기였지만, 이후 우주 관측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의 주장도 점차 힘을 받기 시작했다.

자원을 캐내고 지구로 수송할 수 있는 기술력만 갖춰진다면 소행성 채굴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자 몇몇 국가들은 ‘선점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기조 아래 우주 자원의 소유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상황까지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3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탐사선 ‘프시케’를 발사했다. 6년에 걸쳐 35억㎞의 대장정을 떠나는 이 탐사선의 목적지는 같은 이름의 소행성 ‘16 프시케’다. 16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지대에 있는 지름 226㎞의 금속형(M-형) 소행성으로, 철과 니켈, 금과 같은 귀한 광물로 뒤덮여 있다. NASA가 추산한 16 프시케의 경제적 가치는 무려 1000경 달러. 지구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9만배에 달하는, 상상조차 어려운 금액이다. 비행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프시케는 2029년 8월 소행성의 궤도에 진입한다. 당장 자원 채굴 임무를 수행하지는 않지만, 탐사를 통해 얻은 자료는 향후 우주 자원 개발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간이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소행성 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미국의 소행성 채굴 스타트업 아스트로포지는 지난 2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첫 탐사선 ‘오딘’을 실어 보냈다. 오딘의 목적지 ‘2022 OB5’는 지구에서 500만~600만㎞ 떨어진 지름 약 100m의 소행성이다. 역시 16 프시케처럼 귀금속 함량이 높은 M-형 소행성으로 추정됐다. 오딘은 2022 OB5 주위를 맴돌며 채굴을 대비한 핵심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었지만 발사 후 지상국과의 통신이 끊기면서 임무에 실패했다. 아스트로포지는 오딘의 실패를 발판 삼아 2026년 또다른 탐사선 ‘베스트리’를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트랜스아스트라가 개발 중인 ‘캡처 백’의 모습. 강철보다 강력한 슈퍼 섬유 케블라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캡처 백의 최종 목표는 최대 100t 무게의 소행성을 포획하는 것이다. 트랜스아스트라 제공

거대한 가방으로 소행성을 포획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트랜스아스트라는 작은 암석부터 집 크기의 소행성까지 감쌀 수 있는 ‘캡처 백’을 개발 중이다. 캡처 백은 무중력과 진공 상태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된 팽창식 구조물이다. 캡처 백은 강철보다 강력한 ‘슈퍼 섬유’ 케블라와 알루미늄을 활용해 제작됐고, 목표물 근처에 투하하면 스스로 부풀어 올라 물체를 감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창업자 조엘 서셀은 “(소행성 채굴은) 탐지·포획·이동·처리라는 네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이 기술은 진정한 우주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트랜스아스트라는 지난 10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직경 1m 제품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는 NASA와 민간 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직경 10m 모델을 개발 중이며, 최종적으로는 최대 100톤 무게의 소행성을 포획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 미국 오프월드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을 활용한 소행성 채굴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의 오리진 스페이스는 2021년 4월 ‘NEO-1’ 위성을 발사해 고도 500㎞의 태양동기궤도에서 소행성 포획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여러 국가와 기업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실제 소행성에서 자원을 얻고 이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소행성의 미세 중력 환경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누군가가 우주 자원을 손에 넣게 될 경우 그 소유권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1967년 체결돼 전세계 11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우주 조약’은 특정 국가나 단체가 천체를 점유 혹은 소유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는 영토에 한정될 뿐, 자원 채굴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주 조약 자체도 강제 집행을 위한 기구나 위반 시 제재 수단이 없어 회원국의 자발적 준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회색 지대를 틈타 미국과 룩셈부르크, 일본 등은 ‘우주 자원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체 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2015년 세계 최초로 민간 기업의 우주 자원 채굴과 소유를 인정하는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 강화법(CSLCA)’을 제정했다. 미국 주도의 달·심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달에서 희토류와 핵융합 발전의 원료인 ‘헬륨3’ 등 광물자원을 채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주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룩셈부르크 역시 2017년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우주에서 채굴된 광물, 물 등 자원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역시 2020년부터 우주 자유 소유권과 관련한 입법 논의를 시작해 2021년 ‘우주 자원의 탐사 및 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우주개발진흥법 경우 50년 전 우주 조약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민간 기업의 우주개발 활동을 지원 및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가 주도했던 ‘올드 스페이스’의 시대에서 벗어나, 우주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