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X와 SRT를 통합 운영한다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내년 3월부터 수서역에서도 KTX를 이용할 수 있다. 이로써 2016년 수서발 SRT 운영으로 시작된 코레일과 SR 간 경쟁 체제도 마무리된다. 정부는 좌석 부족 및 운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임금 문제나 시스템 통합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8일 발표했다. 이번 통합 로드맵의 핵심은 내년 말을 목표로 코레일과 SR 양사가 통합하는 것이다. 2016년 SRT 개통 후 이원화된 고속철도 체계가 약 10년 만에 재통합한다. 코레일과 SR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토부는 우선 내년 3월 SRT 출발·도착역인 수서역에 총 955석 규모의 KTX-1 열차를 투입한다. 현재 수서를 지나는 SRT 좌석은 총 410석인데, KTX-1은 2배 이상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수서발 고속철도의 고질적인 좌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코레일과 SR의 고속 차량이 통합 운영된다. KTX와 SRT 열차를 구분 없이 복합 연결하고 서울·수서역 등에서 자유롭게 운행한다. 코레일 추산에 따르면 완전한 통합 편성·운영이 이뤄진 뒤에는 고속철도 좌석 공급이 하루에 약 1만6000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승차권 예매 앱도 내년 3월 개선한다. 만약 고객이 ‘코레일톡’과 ‘SRT’ 앱 중 하나에 접속해 열차를 조회하면 KTX·SRT를 가리지 않고 검색 지역 역이 화면에 나타나게 된다. 가령 ‘서울’을 검색하면 서울 지역에 있는 역인 서울·용산·수서역에 서는 열차가 모두 나온다.
내년 말까지 예·발매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 고객은 하나로 통합되는 앱에서 KTX·SRT를 결제·발권할 수 있다. 고객이 ITX-마음 등 코레일 일반 열차에서 SRT로 갈아탈 때 환승 할인도 제공하기로 했다. KTX와 SRT 간 열차 예매를 바꿀 때는 취소 수수료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다만 요금은 두 기관 통합이 끝나기 전까지 현행 체계가 유지된다. 통합 전까지 고객은 수서발 KTX를 결제할 경우 요금은 SRT가 아닌 KTX 기준으로 내야 한다. 현재는 SRT 운임이 KTX보다 10% 저렴하다. 14년째 동결된 KTX 요금 인상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운영 통합이 안정화하고 나면 좌석 공급이 얼마나 확대될지, (코레일·SR이 각자 지출하던) ‘중복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는지 등을 고려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로드맵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윤 국장은 ‘지난 10여년간의 고속철도 분리 운영을 정책 실패로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실패라고 볼 수 없지만 10년 가까운 경쟁 체제의 편익과 비효율을 비교하면 통합에 따른 효율 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