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통일교 측의 더불어민주당 인사에 대한 금전 지원 의혹에 대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관련 진술이 김건희 여사와 건진법사 등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 행위도 특검법상 수사 대상으로 규정된 만큼 특검팀이 수사를 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정희 특검보는 8일 브리핑에서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적으로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를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 특검보는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라는 일부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원 의혹에 대해선 내사 사건 번호를 부여해 사건 기록을 만들고 다른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기 때문에 수사를 피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후원금 등을 포함해 각종 명목으로 금전적 지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언제 받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오 특검보는 “한참 전의 일이고, 구체적으로 (진술이 나온 시점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전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검은 해당 의혹이 특검법 2조 16호에 명시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윤 전 본부장이 민주당 측을 지원했다고 주장한 시점은 2022년 대선보다 한참 전이어서 시기적으로도 특검팀 수사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IMS모빌리티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특검의 적극적인 수사에 비춰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김 여사 혐의와 무관한 피의자의 개인 뇌물, 배임 혐의 등 사건을 수사한 것을 고려하면 명확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원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이 지난 5일 법정에서 직접 언급한 뒤에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오 특검보는 “진술의 신빙성 등 여러 내용을 살펴보는데 공보 여부는 늘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 부장검사는 “시효 문제 등을 고려해 최소한 고발 조치라도 해놨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권성동 의원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특검의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가 민주당 의원에게 수천만원 금품을 제공하고 15명 정치인이 금품수수에 연루됐다는 구체적 진술이 있는데도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며 “재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방침이다.
박재현 이형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