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은 올해 지방세 납부 안내문을 베트남어와 중국어, 태국어 등 7개국 언어로 제작해 홈페이지와 읍·면 행정복지센터에 비치했다. 음성군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인구 10명 중 2명(19.9%)이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등 ‘이주배경인구’였다. 전남 영암군(21.1%)에 이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두 번째로 이주배경인구 비중이 높다. 음성군 관계자는 “지역 산업단지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주민세, 자동차세 납부 문의가 많아 외국어 안내문을 별도로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5.2% 수준까지 불어난 이주배경인구(271만5000명)는 지방 제조업과 농어촌의 노동력 공백을 메우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8일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이주배경인구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주배경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66만명·24.3%)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대(4만4000명·8.0%)가 가장 컸다. 전체 이주배경인구에서 20, 30대가 45.3%를 차지하며 국내 산업·노동 시장의 허리를 지탱하는 양상이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수도권과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군 단위 지역에서도 이주배경인구 비중은 커지고 있다. 영암군과 음성군에 이어 반월·시화공단이 위치한 경기 안산시(16.1%), 포천시(15.1%), 시흥시(14.1%) 등 수도권 제조업 거점도시도 이주배경인구의 노동시장 진입이 두드러진다. 전체 이주배경인구 중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전체의 81.9%(222만3000명)에 육박한다. 전년(81.5%)보다 0.4% 포인트 오르며 유소년(12.7%)이나 고령 인구(5.5%)를 크게 웃돌았다.
이주민이 노동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증가세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24세 이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7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다. 아동·청소년 본인 또는 부모 국적은 베트남(27.2%), 중국(16.5%), 한국계 중국(12.0%) 3개 지역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구 감소와 노동 공백을 이들이 대체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진단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임금 상승과 이민 압력 증가로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프랑스 등 이주배경인구가 급증한 국가들이 겪었던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